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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물가와 GDP

"지나친 임금 인상 자제해야"…물가 상승 노동자 책임? 반발 부른 추경호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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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野 "물가상승 고통 노동자 홀로 감수하란 거냐" 반발

전문가 "발언 취지 이해…그러나 노사가 조율해 정할 일"

아시아경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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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간 기업에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말한 것을 두고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고, 노사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 부총리는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 간담회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 취약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부 IT(정보기술) 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추 부총리의 발언은 일부 기업의 임금 인상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임금발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와 네이버는 올해 연봉을 각각 15%, 10% 인상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9% 인상에 합의하는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중심으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상승이 큰 폭으로 오르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고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임금 상승이 과하게 높으면 물가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추 부총리 발언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지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내고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민간 자율을 강조하는 정부가 왜 대기업 노사 문제에 개입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위적으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서 바로잡을 것이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관행부터 바로잡으면 자연스럽게 임금 격차는 해소될 것"이라며 "(추 부총리 발언은)최근 대기업 법인세 인하 정책을 비롯한 노골적인 대기업 밀어주기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추 부총리 발언을 비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도 오르고 기름값도 오르고 다 오르는데 임금 인상을 안 하면 그 고통을 임금 노동자가 홀로 감수하라는 얘기 아니냐"며 "정부 당국자가 해서는 안 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물가 상승에 이어 최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돼 서민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임금만 동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 부총리가 임금 인상-물가 상승의 연쇄 악순환을 막고자 한 발언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임금 인상은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 사정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모든 기업에 임금 동결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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