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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성희롱에 무방비, 갑질엔 속수무책… 보호자 없는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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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의 날, 하루 앞두고 처우 개선 토론회 열려

성희롱·성폭력에 무방비 노출…5명 중 1명은 성희롱 경험

전문가 “요양보호사의 폭력 경험 일상화·만성화”

유효한 대책 부재…모니터링·대응 위한 기관 필요성 제기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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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하는 어르신들이 있어요. 엉덩이를 만지거나, 음담패설을 하거나….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상담해도 달라지지 않고 이런 문제로 직장을 옮기기도 해요.”(요양보호사 A씨)

“어떤 집은요. 출근해보면 전날에 제사를 모셨던 것 같은데, 제기가 설거지도 안 된 채 그대로 쌓여있어요. 가족 빨래까지 다 쌓아놓고….”(요양보호사 B씨)

14번째 요양보호사의 날(7월1일)을 하루 앞두고 국회에서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성희롱 등에 무방비 노출된 상태로 일하던 요양보호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들에게 합리적 임금수준을 보장하고, 이들이 건강권·안전권 등을 침해당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정의당 강은미 의원·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인돌봄 문제, 국가책임이 답이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로 노동환경이 더 열악해진 요양보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찾고자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온 임정미 경상국립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요양보호사가 경험하는 위험과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요양보호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겪는 위험을 크게 노동권과 건강권, 안전권, 자유권으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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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부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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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요양보호사들은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절반에 해당하는 44.5%가 한 달 이상 부득이하게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74.2%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통보에 따라 계약 해지를 당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격무에 시달려 건강도 악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16.4%가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했다. 3.5%는 옴 등의 전염병에 걸린 적도 있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한 요양보호사는 전체의 22.9%나 됐다. 5명 중 1명은 일하며 성적 문제를 겪는 것이다.

임 교수는 “요양보호사의 폭력경험이 일상화하고 있으며 만성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재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갑작스런 소득 상실 및 감소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 보조가 필요하며 위험수당 역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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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등 안전권 문제와 관련해선, “요양보호사의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기 위한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구미영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구 위원은 “요양보호사 인권침해의 심각성, 그리고 사회서비스 제공자라는 요양보호사의 공적인 지위를 고려해 각 지역별로 요양보호사 인권침해 관련 고충을 접수·해결을 지원하고 조사 권한을 갖춘 센터를 두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요양보호사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콘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시작 전 인사말을 한 김 의원은 “요양보호사의 합리적 임금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마련, 대체인력 지원제도 마련 등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며 “돌봄 종사자들이 행복해야 어르신도 행복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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