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는 교통과 생활안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국가 경찰로부터 분리된 자치 경찰에 맡기는 것이다. 17개 광역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자치 경찰이 해당 지역의 치안 업무를 담당한다. 이렇게 되면 경비와 대테러 등 국가 경찰의 고유 업무는 경찰청이, 범죄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가 각각 분담하면서 경찰의 권한이 세 갈래로 쪼개진다.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공룡 경찰’의 권한 남용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올 9월 경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더 확대되는 검수완박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자치경찰제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자치 경찰에는 인사권과 예산권이 없다. 자치 경찰 업무를 맡게 된 경찰은 국가 공무원 신분으로, 시도단체장이 아닌 경찰청의 눈치를 더 봐야 하기 때문에 ‘무늬만 자치 경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시도 경찰관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2%가 ‘이중보고 및 행정력 낭비’를 자치경찰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자치 경찰과 국가 경찰의 업무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생기는 부작용인 셈이다.
70년 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선진국과 달리 한국엔 자치 경찰이 없어 경찰의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보됐다. 자치 경찰 분리를 전제 조건으로 국가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논의도 과거 여러 차례 있었다.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을 완전히 이원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경찰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자치경찰제가 성공해야 치안 서비스의 품질도 높이고, 경찰 권한의 비대화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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