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원전 비중 확대, 거꾸로 가는 윤 정부

댓글 2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탈원전과 전력요금 인상은 무관

재생에너지 비중 낮추는 나라

선진국 중에선 한국이 유일

정부·여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방위로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했다며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전업계는 전시다. 탈원전이라는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고 비유하면서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전력요금 인상을 탈원전 탓으로 돌리는 여론전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열린 국민의힘 정책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탈원전을 추진해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전기요금을 한 번밖에 인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 발표자로 참석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가동 허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원전 가동률이 추락하고 부족한 발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채우면서 한전이 적자를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 큰 상관 없어

산업부도 6월 28일 한전의 영업손실에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비용 상승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날 한전 적자가 커진 것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기보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경향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에서다. 산업부 전력시장과 관계자는 “원전 발전량이 많았다면 비용 증가 요인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았겠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비용은 한국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감내하고 있다. 특히 연료비는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국제적인 수급 상황과 지정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산업부는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고, 원전 건설 지연 등으로 최근 5년간 원전 발전량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8%에서 2021년 27.4%로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원전 이용률은 2017년 71.2%에서 지난해 74.5%로 70%대에 머물렀다. 이용률을 4%포인트 올리면 원전 1기를 추가 운영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원전 이용률을 무작정 높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낮은 이용률은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의 여파와 함께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에서 다수의 공극이 확인되면서 불거진 안전상의 문제로 정비에 들어간 원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한울원전 1·2호기의 가동이 늦어진 이유도 계측제어 시스템(MMIS)과 수소제거장치(PAR)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용률만 탓하는 건 입찰 비리와 부실시공을 문제삼기보다 안전 점검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전의 안전 기준은 더 강화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원전 안전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이용률을 높이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의 원전 이용률은 한빛원전 2호기, 고리원전 2호기 등이 정상 가동되면서 84.1%까지 올라왔다. 이용률은 안전상의 이유로 정비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실제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 비중이 70% 수준을 보이는 프랑스도 6월 현재 원자력발전 비중은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 56개 원자로 중 27개가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계획된 점검일정에 따라 멈춘 15개를 제외한 12개 원자로는 내부 튜브의 부식 문제로 점검에 들어갔다. 일부 원자로는 폭염과 가뭄으로 냉각수 공급 문제와 배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시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췄다.

에너지 정책 분야의 전문가들은 탈원전과 전력요금 인상 간의 연관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전 비중을 그간 대폭 줄였다면 관계가 있겠지만 사실상 발전량을 기준으로 하면 차이가 없다”면서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랐다기보다는 석탄과 천연가스, 유류 발전 분야에서의 연료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의 잘못을 짚는다면 에너지 가격을 제때 올리지 않은 부분이 크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말과 달리 탈원전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 등을 통해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탈원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홍종호 교수는 “독일, 대만처럼 가동할 수 있음에도 인위적으로 셧다운하는 게 탈원전이지, 원전 4기를 새로 짓고, 현재 있는 원전도 수명대로 다 돌리는 걸 탈원전이라고 부른다면 전 세계 전문가 누구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어쨌든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기요금을 정상화하지 않은 건 커다란 정책 미스였다”면서 “원가상승 요인이 계속 발생함에도 전기료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한 건 가깝게는 한전의 재무구조를 약화시키고, 결국엔 국민 모두의 부담을 키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쟁력·안보 측면도 재생에너지가 우위

정부는 지난 6월 16일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감축 경로와 이행수단 등은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원자력 업계 전문가들이 원전 비중을 최소 30% 이상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재생에너지는 전 정부가 제시했던 30%에서 20%대로 낮추고 원자력은 24%에서 30%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믹스를 정할 때 발전원별 비용 변화 추세를 무시할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시점에서 원자력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설치비·연료비·폐쇄 비용 등 발전 전 과정에 걸친 비용을 발전량으로 나눠 계산)는 수명연장을 통한 장기 운영을 제외하면 태양광·육상풍력과 거의 비슷하거나 높은 것으로 나온다.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학습곡선 효과에 의한 결과다. 2021년 한국자원경제학회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의뢰로 발간한 ‘균등화 발전비용(LCOE) 메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30년이 되면 태양광의 LCOE(3㎾의 경우 1㎾h당 56.03원)가 원자력의 LCOE(74.07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는 무료라고 할 수 있는 햇빛과 바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에 유리하다. 발전·송전설비 확충에 초기 투자비가 크게 들겠지만, 발전단가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전력요금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대규모로 재생에너지를 갖춘 독일은 2017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국가의 하나가 됐다. 유럽의 전기요금은 2020년에 비해 2021년 3배 정도로 올랐다. 독일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요금(96.85유로/㎿h)이 상대적으로 낮다. 프랑스의 전력 송배전망을 담당하는 RTE는 “독일은 전력생산에서 석탄에 비해 가스 사용량이 적고, 풍력발전 단지의 규모가 커 시장 가격 상승폭이 더 적었다”고 평가했다.

원전이 저탄소 발전원인 건 맞지만 친환경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토지는 거의 활용이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처럼 원전이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봤을 때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국제사회 추세”라고 강조했지만, 유럽연합은 원전을 그린투자 목록에 포함시킬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유럽의회 경제위원회·환경위원회는 지난 6월 14일 원자력·천연가스 발전이 포함된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 안을 표결에 부쳐 76 대 62로 반대의견을 채택했는데 원전과 LNG 발전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당초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안을 내면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프랑스는 그 조건을 맞추려 핵연료 처분장을 마련하는 중인데, 그 비용만 프랑스가 새로 짓거나 지을 6기의 신규 원전 건설 비용(약 460억유로·62조2600억원)과 맞먹는다. 방사성폐기물관리를 맡는 프랑스 국가기관 ANDRA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 비용은 2020년부터 2155년까지 약 130년에 걸쳐 260억유로(약 35조2632억원·2019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절반이 초기 투자 비용이다. 하지만 경제의 실질 성장률이 -0.5%로 떨어지고, 사고가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비용이 583억유로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예상됐다.

원전은 해체 비용도 만만찮다. 영국 가디언의 지난 5월 20일 보도를 보면 영국은 노후 원전 7개를 해체하는 비용으로 235억파운드(약 37조원)를 예상하고 있다. 1호기당 해체 비용을 8700억원으로 책정한 한국과 6배 정도 차이가 난다. 프랑스 전력회사 EDF가 영국에 짓는 힝클리 포인트 C 원전의 비용은 건설이 지연되면서 최대 260억파운드(약 41조원)까지 올랐다. 영국 감사원이 신규 대형 원전 사업을 “위험하고 비싼 불확실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한 이유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국제 흐름 역행

탄소중립의 핵심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전력화하는 것이다. IEA는 2021년 펴낸 ‘2050 넷제로’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전력화해야 하며, 이때 전력생산의 90% 정도가 재생에너지에서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나머지 10%의 대부분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리라고 했다. 전력화로 전력 수요가 늘면서 원전의 전력 생산량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나지만, 재생에너지의 역할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은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의 발전원으로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기저전원으로서의 의미는 있지만, 결코 재생에너지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확대한다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원전을 확대하는 중국도 2018년 재생에너지에 910억달러를 투자했고, 원전에는 65억달러만 투자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창원을 방문했을 때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서 원전업계에 38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6700억원 규모의 기술투자와 함께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전) 개발에 399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고효율 기술 개발에 지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미래도 불투명한 원전업계 수명연장에 예산을 쏟아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MR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 실험단계이고, 상용화는 원전업계에서도 2035년 정도를 예상한다. 방사능 폐기물이 기존 원전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형 원전은 1기 건설에 최소 7년에서 15년이 걸린다. 그나마 지을 땅을 확보한 후의 일이다. 대형 원전은 물론 SMR에 탄소중립의 주역을 맡기기엔 너무 오래 걸리고, 불확실하고 위험하다. 홍종호 교수는 “RE100(공급망의 전력사용을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한다는 기업의 캠페인)과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최선의 정책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원전 확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