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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KTX 매진이 원정 쇼핑 때문이라고?…규제 풀린 대구 부동산 볕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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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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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무덤으로 불렸던 대구광역시가 최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나면서 대구지역 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출·세제·청약 등 전방에 걸친 제약이 사라져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과 집값 고점 우려 등을 이유로 부동산 시장 흐름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전부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최근 석 달간 누적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수성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겼다.

그동안 대구의 주택지표는 미분양률 전국 1위, 매매가격 하락률 전국 2위, 낙찰가율 전국 꼴찌 등 최악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 분양을 추진한 10개 사업장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올해 대구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0.5대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분양 물량도 지난해 말 1977가구에서 지난 5월 6816가구로 급증했다.

집값도 주저앉고 있다.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8달 연속 떨어졌다. 이 기간 누적 변동률은 -3.5%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 경매시장 분위기도 위축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 5월 기준 평균 낙찰가율은 83.0%로 집계됐다. 전달(91.9%) 대비 8.9%포인트(p) 내렸다. 낙찰가율은 물론 낙폭도 전국에서 가장 컸다. 대전(-6.3%p), 광주(-2.0%p), 울산(-0.9%p) 등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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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아파트 분양업체의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추정되는 캡처(왼쪽)와 코레일 열차표 예매 현황.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코레일 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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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울한 상황에서 규제지역이라는 족쇄가 풀리자 '숨통이 트였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한때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KTX·SRT 열차표가 매진된 것이 대구로 부동산 쇼핑을 하러 가기 위한 수도권 투자자들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 한 분양업체의 카카오톡 채팅방 캡처를 보면 몇 분 단위로 아파트 계약이 이뤄졌다.

각종 부동산 플랫폼에서도 대구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들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동대구역화성파크드림', '달서푸르지오시그니처', '범어자이' 등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거나 미분양 물량이 많은 단지가 대부분이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대화 캡처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은 어렵지만, 문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맞다"며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인지 정말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인지 한동안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특실과 우등실을 중심으로 매진이 됐는데 원래 좌석 수가 적은 호실"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여행과 출장 수요가 급증한 부분도 있어 부동산 특수가 원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 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구의 경우 규제 강화보다는 대규모 공급이 더 문제라 매수세가 붙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 가치 상승 요인은 부족한데, 기준금리는 올라가고 입주 물량은 증가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매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큰 만큼 미분양 물건 중에서도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조건이 좋은 단지를 공략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는 이 틈을 타 부동산 사기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분양 아파트를 거래할 때는 사용승인이 났는지를 우선 파악하고, 소유주 또는 수분양권자가 맞는지 꼼꼼히 확인해 볼 것을 강조했다. 아파트 예비 입주자 커뮤니티를 참고해 거주 환경을 체크해 볼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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