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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 직원에 1200만원씩 더 줬다가, 이젠 105명 전원에 권고 사직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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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가 더 불안… 기업들 감원 조짐

애플·구글·아마존 등 美빅테크

2분기 실적하락 예상에 긴축경영

낙관론자 우드까지 “이미 침체”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수요줄어

국내 대기업들도 타격 불가피

조선일보

저커버그, 일론머스크 캐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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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 베스파는 지난달 30일 직원 105명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지난 4월 내놓은 신작 게임이 흥행에 실패한 데다 투자 유치도 무산되면서 직원 월급조차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IT 업계에서 연봉 인상 경쟁이 벌어졌던 작년 3월 전 직원의 연봉을 1200만원씩 올려줬다. 하지만 사업은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베스파는 권고사직을 통보한 전체 직원 중 10% 미만인 핵심 인력만 붙잡아 재기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인플레이션을 넘어 리세션(경기 침체) 가능성이 짙어지고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베스파처럼 대규모 인력 감축을 포함한 긴축에 나서는 국내외 기업이 크게 늘었다. 올 2분기 애플·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미 빅테크 기업들도 올 1분기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자 인력 감축을 포함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상태다. 대형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의 긴축 경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도 충격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향후 5년간 39만명을 채용하겠다던 국내 10대 그룹의 계획도 장애물에 부딪혔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이버도 채용 30% 축소 등 한국 기업 감원 조짐…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수요 줄어 대기업도 타격 불가피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 수준인 110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 네이버는 올해 채용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30% 이상 줄여 코로나 이전 수준인 500~700명 정도만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네이버는 이 같은 채용 전략 수정을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김남선 네이버 CFO는 “올해부터는 신규 사업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공격적인 채용 전략 필요성을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앞으로 채용은 지난 몇 년 동안 늘었던 것보다 훨씬 감소해 코로나 이전 예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기간 채용을 대폭 늘리고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던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가 시작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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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최근 파산과 인력 감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자금이 몰리며 특수를 누린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가 불발되자 인건비를 줄여 당장의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을 맞은 것이다. 배달 앱 ‘띵동’을 운영했던 스타트업 허니비즈는 최근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20년 배달 수수료 2%를 내세우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그에 따른 출혈을 이겨내지 못했다. 패션커머스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A도 수백억원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인원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각종 게시판에는 월급이 밀리거나 인력이 대폭 감축된 스타트업에 대한 내부 고발 글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도 작년 파격적인 임금 인상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 게임사인 넷마블·컴투스는 1년 전보다 인건비가 30% 이상 급증한 탓에 지난 1분기 나란히 적자를 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 때 급증한 인건비가 신규 고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당장 감원을 안 하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 애플·구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2분기 실적하락 예상에 긴축경영… 낙관론자 캐시 우드까지 “이미 침체”

경기 침체로 인한 해고 바람은 하반기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가에서는 2분기 미 테크 기업들이 올 1분기보다 나쁜 실적을 낸 것으로 관측한다. 이미 빅테크 기업 주가는 올 2분기에만 17~38% 하락했다. 미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는 하반기엔 이보다 심한 침체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증시 낙관론자이자 국내에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최근 “미국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일부 월가 증권사는 올해 기업의 순이익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역성장하는 ‘어닝 리세션’이 벌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기업들의 인력 감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실제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지난 30일 월가 기대에 못 미치는 6~8월 매출 전망치를 공개하며, “올해 수요 약화로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각각 10%, 5%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같은 전망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전자 업계의 한 CEO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2분기 스마트폰이나 가전 판매가 크게 꺾였다”면서 “이번 판매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은 더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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