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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론악화에 일단 의장단 선출… 법사위장·사개특위 뇌관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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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구성 ‘반쪽 합의’ 핵심 쟁점 갈등 못풀어

“與 무책임, 野 발목잡기” 비판에 본회의 개최 20분전에 극적 합의

법사위원장 자리 놓고 신경전… 사개특위 인원구성도 확정못해

정치권선 “합의 시늉만 낸 것”

조선일보

당선 인사하는 국회의장 김진표 -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김진표(아래) 의장이 4일 본회의장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단에 조속히 원 구성 합의까지 이뤄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했다. 의장석에 앉은 사람은 임시의장을 맡은 민주당 변재일 의원.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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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4일 본회의를 열고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부터 선출한 건 ‘국회 개점휴업’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물가 상승과 경제 위기에도 국회 공백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여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발목 잡는 야당’으로 몰려 각각 지지율이 악화하자 서로 한발씩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후반기 의장 선출만 이뤘을 뿐 지난 한 달 넘게 이어온 싸움의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어느 쪽이 가져갈지, 사법개혁특위 구성은 어떤 형태로 할지 등에 대해선 아무런 합의도 하지 못했다. 협상을 계속하기로 한 것인데 여야가 다시 대립하면 국회가 공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이 양보하지 않으면 본회의를 단독 개최해 국회의장을 선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조건으로 국회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겠다고 제안하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본회의 개최 예정 시각 20분 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여야는 이 과정에서 서로 “우리가 통 큰 양보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국회의장 선출 절차에 바로 착수하지 않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7분쯤 뒤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박홍근 원내대표 자리를 찾아가 악수했다. 주변의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권 원내대표를 향해 “앞으로 좀 잘하자”고 하자 권 원내대표는 별다른 답 없이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김진표 의원이 신임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안팎에선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 불씨는 여전하다”는 말이 나온다. 여야가 이날 ‘선(先) 국회의장단 선출, 후(後)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장 배분’에 합의했지만, 법사위원장 자리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 조치와 관련한 사개특위 구성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자리에 대해 “당연히 국민의힘이 갖는다”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집하고 상임위원장 선출을 미룬다면 모든 비판의 화살이 민주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앞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있다고 했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조속히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만 했다.

사개특위와 관련해서도 권 원내대표는 “원 구성과 별개의 문제”라며 “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해 이미 제시한 조건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사개특위와 관련,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위원회 구성은 여야 동수로 하고 위원장은 여당이 맡을 것’이란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 모든 상임위는 의석수 비례”라며 “국민의힘은 약속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난 4월 합의한 ‘검수완박’ 관련 기존 합의안을 지키란 것이다. 당시엔 사개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이, 위원도 민주당이 7명, 국민의힘이 5명을 맡기로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내주는 조건으로 ‘검수완박 법안 헌재 제소 취하’ ‘사개특위 구성 협조’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이 지금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고 앞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서로 남 탓만 하는 상황에서 ‘국회 무용론’까지 터져 나오자 급한 대로 합의하는 시늉만 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여야는 주말이던 지난 3일 밤늦게까지 담판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쪽에서 “더 이상 협상은 없다”는 말까지 나오던 중에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합의 타결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 총회에서는 “민주당이 단 하나도 양보한 게 없고 국회의장도 단독 선출하겠다는 건데 왜 갑자기 협조하느냐”는 비판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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