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김기정의 '취향 일지'] 스타벅스 로스터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뉴욕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사진 = 김기정 기자]


정부가 커피값 인상에 무척 신경이 쓰이는 모양입니다. 정부는 커피 생두(볶지 않은 콩)를 수입할 때 부가가치세(수입가의 10%)를 면제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커피 가격 인하를 기대한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커피업계는 '가격 인하는 힘들다'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정작 부가세 면제 논란에 난처해 진 곳은 스타벅스 코리아 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에도 "커피값을 인하할 예정이냐"는 문의가 많이 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커피'하면 스타벅스가 떠오르죠. 흥미로운 점은 스타벅스 코리아는 '생두'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국내에서 커피 생두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기업은 '동서식품'입니다 . 동서식품은 수입한 생두를 볶는 로스터리가 한국에 있습니다. 이디야 커피도 국내 로스터리 시설이 있습니다.

반면 스타벅스는 한국에서는 커피를 볶지 않습니다. 커피를 볶는 로스터리가 한국에 없습니다.

매일경제

뉴욕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사진 = 김기정 기자]


스타벅스의 이미지만 놓고 보면 생두를 수입해 갓 볶아낸 신선한 커피를 내놓을 것 같은데 사실은 볶은 커피원두만 수입합니다. 한국에 스타벅스 로스터리가 없다는 점은 아쉽기도 하고 의문이기도 합니다.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도쿄, 상하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멋진 로스터리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로스터리 매장도 로스터리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연수하면서 뉴욕 첼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가봤습니다. 맨해튼 첼시 마켓과 구글캠퍼스 바로 옆에 있습니다. 거대한 콩볶는 기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스타벅스 로스터리에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 옵니다. 뉴욕 스타벅스 로스터리에서도 직원이 매장을 찾은 손님들을 위해 콩 볶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생두는 로스팅, 즉 볶는 정도에 따라 강하게 볶는 강배전과 약하게 볶는 약배전으로 나뉘는데 스타벅스 원두는 강배전으로 볶은 것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배로 식품을 한국에 들여 오려면 '적도'를 지나야 합니다. 적도의 태양 속에서 커피 콩이 상하지 않게 하려면 커피 원두를 강하게 볶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커피 유통 때문에 '강배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강배전을 하는 이유가 '맛' 때문이라는 거죠. 강배전으로 볶으면 쓴 맛이 강해집니다. 강배전 원두는 에스프레소 커피용으로 적합합니다. 스타벅스 커피가 유독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스타벅스에는 '블론드 바닐라 더블샷'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블론드는 약배전으로 볶은 것입니다. . 블론드는 바디감은 적지만 산미가 큽니다. 블론드 바닐라 더블샷은 워낙 달달한 맛이 강해 산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커피 맛이 달라졌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해외에서 볶은 원두를 수입하기 때문입니다.

[김기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