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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증시 마지막 희망' 실적마저 와르르…디스플레이 이익전망 29%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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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사 실적전망 줄하향 ◆

매일경제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있는 스마트폰 광고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이익 전망치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한 달 새 4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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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수준이 하향 조정되는 건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조에 따른 원가 부담 상승과 산업 수요 위축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실적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 이익 성장률 둔화는 당분간 증시의 상방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가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1개월 전 대비 가장 크게 내려간 업종은 디스플레이와 관련 부품이었다. 디스플레이와 관련 부품 업종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7537억원으로 1개월 전인 1조651억원 대비 29% 하향 조정됐다. 그 뒤로 조선(-28.68%) 휴대폰·관련 부품(-6.98%) 반도체·관련 장비(-6.12%) 게임(-3.57%) 순이었다.

디스플레이·관련 부품 업종의 이익 전망이 쪼그라드는 이유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가격 하락과 디스플레이 수출이 22개월 만에 역성장하는 등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5%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가이던스 하향 조정과 이에 따른 디스플레이 섹터 실적 추정치 조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주가 반등 트리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선반영한 정보기술(IT) 업종의 이익 감소율도 높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줄어든 2억9400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의 신규 스마트폰 제품 출시에도 올해 스마트폰 수요는 전년보다 6.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반등의 트리거인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도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과 게임 업종 전망도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신조선 발주는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했다. 고가 선박인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 비율 상승은 긍정적이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기조로 후판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점도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모두 올해 적자 수준이 한 달 전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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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종은 뚜렷한 신작 출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 지출액 증가율도 중국 시장 위축 영향으로 둔화되고 있다. 특히 게임주들은 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인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담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반면 정유 업종은 2분기와 연간 이익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다. 대표 종목인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개월 전 대비 16% 더 올랐다. 3개월 전과 비교해서는 57% 급증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한 달 전보다 10% 늘었다. 증권가는 여전히 유가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고 이로 인한 정제마진 급등 영향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둔화에 국내 상장사들의 현금 흐름 또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상장사 1883곳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총합은 39조6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수치인 65조9430억원 대비 41% 급감한 것이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전년 동기에 비해 2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실적 성장세가 주춤한 건 불확실한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때문이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 기조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 정책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산업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됐고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IT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국내 기타 업종으로 하향세가 추가 확산될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로 급락하는 등 고환율 현상이 이어지는 점도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성장을 막는 요인이다. 과거 달러당 원화값 약세는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반도체·IT 업종 실적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격 경쟁력보다는 수요나 이익률 요인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와 이익 간의 상관성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많은 상장사들이 외화자산 대비 외화부채 규모가 더 큰 상황이라 고환율은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주가는 앞서거나 뒤따르기도 하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현재 코스피는 연간 영업이익의 25% 하향 조정을 반영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적 눈높이가 충분히 낮아져야 '록 보텀(단기 저점)'에 가까워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어 대부분 업종의 이익 전망 하향은 불가피하고 이는 오히려 저가 매수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눈높이가 현실화되고 이에 따른 이익 전망 신뢰도 역시 최악을 통과하면서 주가는 저점 테스트 이후 바닥 확인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2분기 실적 시즌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익 하향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반도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종목의 바닥 형성 속도가 빠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이 바닥을 잡으면서 코스피도 저점을 다져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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