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우크라 전쟁 전후로 기업 가치 310억달러→70억달러로 추락
서방 제재, 러시아 정부의 간섭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 악화
서방 제재, 러시아 정부의 간섭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 악화
[서울=뉴시스] 얀덱스 자료 사진. (사진출처: Search Engine Journal) 2022.07.07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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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러시아판 구글인 얀덱스(Yandex)는 한때 기업가치가 310억 달러(약 40조원) 이상에 달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 등과 맞물려 70억 달러(약 9조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급격히 쇠퇴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얀덱스는 소규모 신생기업에서 러시아 전역의 온라인 검색시장, 승차호출(ride-hailing·라이드 헤일링) 시장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거대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러시아의 드문 사업 성공 사례로 두각을 나타냈다.
얀덱스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활발하게 진출했다. 얀덱스 앱만 있으면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노르웨이 오슬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와 같은 곳에서도 손쉽게 택시를 부를 수 있었다. 또 얀덱스를 통해 런던, 파리, 텔아비브에서 식료품을 배달할 수 있다. 얀덱스의 실험용 로봇 50대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캠퍼스를 활보하며 학생들이 배달 플랫폼 그럽허브(Grubhub)를 통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준 적이 있다. 얀덱스는 미국 대학 250여곳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종종 '러시아에서 가장 멋진 회사'라고 불리는 얀덱스는 1만8000명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했고, 지난해 11월에 정점이었던 회사 가치가 310억달러 이상 달할 만큼 성장세였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 투자자들은 러시아를 떠났고 서방이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얀덱스의 기업가치는 70억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나스닥 증권 거래소는 얀덱스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러시아산 물건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 얀덱스는 런던, 파리, 콜럼버스의 배달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해외 사업 역시 중단해야만 했다.
얀덱스의 전체 직원 중 거의 6분의1에 가까운 수천명의 직원들도 해외로 나갔고,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당국의 허위 정보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창업자인 아르카디 볼로시 등 경영진 2명에게 제재를 가하자 두 사람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얀덱스가 파산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얀덱스의 변화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 급변하고 있는 경제 환경에 직면한 러시아 기업들의 문제와 사회 전반적으로 전쟁을 둘러싸고 진행중인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글 이전부터 인터넷 검색엔진 기업으로 설립된 얀덱스는 전자상거래, 지도, 음악 스트리밍, 클라우드 저장, 자율주행차 등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좋아했고, 러시아인들에게 얀덱스는 구글, 우버, 아마존, 스포티파이(Spotify·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었다.
그러나 얀덱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아킬레스건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약 5000만명의 러시아인들이 매일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얀덱스 홈페이지에 있는 5대 주요 뉴스는 많은 사람들의 주된 정보 소스였으나, 러시아 정부의 간섭을 받으면서 얀덱스는 대중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많은 성공적인 기업들처럼 얀덱스도 곧 러시아 정부의 눈에 띄었고, 푸틴에 비판적인 뉴스가 얀덱스에 자주 실렸다는 것을 당국이 알아차렸다.
2011년과 2012년 거리 시위, 그리고 2014년 크름 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공격 등에 대해 러시아 정부 관료들은 얀덱스의 뉴스 목록을 편집하고 때로는 개별 헤드라인까지 간섭하려고 했다.
미국인 기업가이자 얀덱스 이사회 의장이었던 존 보인턴은 "우리에 대한 압박은 2014년 이후 계속 증가해 왔고, 우리는 중립적인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며 "우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얀덱스의 독립성을 계속 훼손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뉴스 수집과 검색 엔진을 공식적으로 승인된 자료만 사용하도록 얀덱스에 강요했고, 회사의 경영 구조에 대해서도 더 많은 통제를 시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이사직에서 물러난 미국인 에스더 다이슨은 "크렘린궁이 완전한 통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는 네티즌들이 '당신은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라는 얀덱스의 오랜 슬로건 대신 '당신은 진실을 제외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양심만 빼고 다 찾을 수 있습니다'라고 조롱하고 있다.
지난 4월 얀덱스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임기가 끝나 이스라엘로 이민을 간 엘레나 부니나는 "얀덱스는 러시아의 자유의 섬과 같았는데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러사이의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트위터에 "전쟁의 주요 선전원은 TV가 아니라 러시아의 IT 거인 '@얀덱스'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적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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