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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고르·여전사 제인 ‘존재 甲’… 컴백 토르, 흥행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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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4’ 개봉 첫날부터 순항

관객 38만2000여명, ‘탑건2’ 제치고 1위

신에 버림받은 고르와 한판 대결하는 토르

핵심적 메시지는 사랑을 통한 인류 구원

여주 제인 인간 넘어선 강인한 존재로 나와

열연 내털리 포트먼 “인생 첫 강해진 느낌

여성 슈퍼 히어로, 영화에 더 많이 생겼으면”

세계일보

‘천둥의 신’ 토르 네 번째 솔로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가 6일 개봉했다.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옛 연인 제인 포스터 박사(내털리 포트먼), 뉴 아스가르드 왕 발키리(테사 톰프슨), 전사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와 팀을 이뤄 새로운 악당 ‘고르’와 맞서는 이야기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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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과 헐크 등 마블 1세대 히어로가 떠난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가 네 번째 솔로 영화로 돌아왔다. 마블 히어로 군단 중 단독 영화를 네 편이나 낸 것은 토르가 처음이다. 토르는 2011년 ‘토르: 천둥의 신(169만명)’을 시작으로 2013년 ‘토르: 다크월드(304만명)’, 2017년 ‘토르: 라그나로크(485만명)’ 등 차곡차곡 서사와 팬덤을 쌓아왔다. 특히 판타지와 정극으로 영웅담을 그렸던 1·2편과는 달리 3편부터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토르에 코미디 요소와 하드록 음악을 결합하며 흥행을 이끌어냈다.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와이티티 감독은 이번 시리즈에서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유쾌함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들고 돌아왔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르 4’는 개봉일인 전날 관객 38만2000여명을 동원해 ‘탑건: 매버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새로 돌아온 토르가 지난 5월 극장가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린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명)를 넘어 영화계 최대 성수기 7∼8월을 뜨겁게 달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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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사랑’

“전능하신 라푸여, 기도하오니 물과 식량을 주소서. 제가 아닌 딸을 위해 간청합니다.” 한 남자가 기도한다. 죽어가는 딸을 안고. 그러나 신의 응답은 돌아오지 않고, 작은 생명은 메마른 땅에서 끝내 스러진다. 마지막까지 남자는 모든 일에 뜻이 있음을, 영원한 보상이 있음을 믿는다. 그런 그에게 마침내 신은 말한다. “영원한 보상을 믿는다고? 신을 위해 고통받는 게 너희의 존재 이유야. 너흰 죽으면 끝이야. 그다음은 없어.”

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신은 인간을 사랑할까, 그렇다면 인간은 왜 고통받아야 하는가. 토르 네 번째 솔로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던지며 시작한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신을 찾아 헤매던 남자의 믿음이 무너지자, 신을 죽일 수 있는 전설의 검 네크로소드가 남자 손에 주어진다. 신을 몹시도 사랑하던 남자는 신을 증오하는 악당이 됐다. ‘신 도살자’가 된 남자, ‘고르’는 신들을 차례차례 학살한다.

신에게 배반당한 이는 또 있다. ‘천둥의 신’ 토르다. 고르에게 납치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토르는 ‘옴니포턴스’를 찾아 신들의 신 제우스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고르는) 계급 낮은 신 몇을 죽인 것뿐”이라며 조롱과 멸시만 받는다. 관객들은 ‘신들의 존재 가치는 사라졌다’고 믿는 고르와 ‘신은 세계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여기는 토르의 대결을 보며 신과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론은 세상을 구하는 것은 신도, 막강한 힘도 아닌 ‘사랑’이다. 영화 부제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듯 ‘사랑’은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다. 사랑을 잃은 자의 상실감과 공허함,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초월적 힘,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 적까지 품어내는 사랑을 보여주며 인류애적 측면들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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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여성’과 ‘아이들’

영화 한 축이 고르와 토르의 전투라면 나머지 한 축은 토르와 전 여자친구 제인 포스터 박사의 러브스토리가 맡는다. 8년 만에 토르와 재회한 제인은 암 말기 환자지만 토르에게 보호받는 존재 혹은 악당과 싸우는 토르를 응원하며 용기를 불어넣는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그에게 ‘여자 토르’가 아닌 ‘마이티(mighty·강력한)’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새로운 영웅 탄생을 알린다. ‘마이티 토르’가 된 제인은 전설이 된 토르의 옛 무기 ‘묠니르’를 들어올려 고르와 대적하고, 인간 신분으로 신들의 땅 발할라에 입성한다.

고르가 관객에게 신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면, 제인은 삶에 대한 의지와 인류애, 강인한 용기로 신과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진정한 신의 의미를 보여준다. 제인을 연기한 내털리 포트먼은 이번 작품을 위해 고난도의 훈련을 했다며 “내 인생 처음으로 강해진 느낌이 든다. 다양한 모습의 여성 슈퍼 히어로가 영화에 더 많이 생길수록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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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악당

“마블 역사상 최강, 최고의 악당이 될 것”이라는 감독 말처럼 고르의 존재감은 토르를 압도하다 못해 능가한다. 영화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배트맨 역을 맡았던 크리스천 베일이 이번에는 섬뜩한 악당, 고르로 열연했다. 체중 감량과 삭발을 감행하며 빚어낸 크리스천 베일식 악당은 비쩍 마른 몸에 서늘하고도 슬픈 눈, 낮은 목소리, 원숙한 연기가 어우러져 기이하면서도 선명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특히 노련하고도 호소력 짙은 연기는 악인임에도 고르 행보를 납득하게 만든다. 감독 역시 새 악당의 지나간 사연을 오랜 시간 설명하며 설득력과 존재감을 높이는 데 공들였다. 와이티티 감독은 “고르의 차별점은 동정심을 가졌다는 데서 온다”며 “(고르의) 행동이 옳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 신들이 제대로 인간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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