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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尹 정부, '가치외교·대러외교' 실패 어떻게 수습하나… 불안은 국민 몫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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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의 푸틴 방북, 그리고 28년 만의 북·러 군사동맹 부활.’

군사협력을 동력 삼아 급진전한 북·러 관계에 러시아가 미사일 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6·25 이래 최대 위협”이 닥쳐오고 있다. 한국도 미국도 이 정도 상황을 예측하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외교 당국자들은 긴박하게 북·러 정상회담 대응 협의에 나섰다.

세계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함께 조약에 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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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상당 부분 윤석열정부의 외교 정책에서 기인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서방·강대국에 올인하는 ‘가치외교’, 북·중·러에 대한 관리 외교 실종에 따른 ‘신냉전 구도 격화’에 한국이 주요 역할을 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현재 정부의 대응은 사태 수습보다는 강하게 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일관적이라 할 만하나 바로 그런 ‘형님 외교’ 스타일로 초래한 상황을 여전히 그렇게 해결하려는 모습에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순간 화약고가 된 한반도의 처지에 야당은 기다렸다는듯 윤 정부의 외교 실패를 정치 논쟁화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북한과 러시아가 한반도 대립 구도를 고착화하며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대러 무기지원과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제공은 한반도·동북아 평화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 하는 한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무기 지원을 거론한 것은 오히려 문제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묶어 비판했다.

조국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거론하면서 “군사·정치·경제·문화 등에서 (북·러)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러 정상 만남의 파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뒤 “악화된 남북관계가 더 경색되지 않을까, 결정적 변곡점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대한민국 정부는 손을 놓고 넋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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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과 러시아 회담 관련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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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윤 정부 출범 후 최악이 된 한·러 관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한 대러 제재와 독자적 제재를 계속한 것, 대통령과 국방부가 러시아에 대한 비방을 서슴지 않으면서 맞은 결과라고도 꼬집었다.

야당이 이번 사태를 정치화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외교가의 분석을 보면 틀렸다고도 보기 힘든 지적이다. 결국 불안을 떠안는 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에 살아가는 국민들이다.

재검토한다는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방침에 대해 “여러 옵션이 있는데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하지 않겠냐”는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은 특히 어떤가. 아무리 ‘힘으로 지키는 평화’를 표방하는 정부라 하더라도 대결, 전쟁, 승부 게임 같은 인식에 치우친 인상을 준다. 지금이라도 균형을 찾으려면 정부 외교 기조 실책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차분히 역내 안정을 모색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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