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8일 유세 연설 도중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가슴에 총을 맞고 피를 흘려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현재 심정지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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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의 총성 후 쓰러진 아베…"심폐 정지, 상태 상당히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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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교도통신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나라현 나라시의 야마토사이다이지 역에서 연설하던 도중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연설을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NHK 기자는 총성과 같은 소리가 두 차례 들렸다고 전했으며, 자민당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왼쪽 가슴 근처에 2발의 총을 맞고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한 남성은 NHK에 "불꽃놀이 할 때 나는 소리가 두 번 나서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현재 심폐 정지 상태로 심장 마사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폐 정지는 심장과 호흡이 정지했으나 의사에 의한 사망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정부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의식이 없고 상태가 상당히 나쁘다는 보고를 현장에서 받았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닥터헬기를 통해 아베 전 총리를 카라하라시에 있는 나라현립의과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피습 당한 현장에서 구급차에 옮겨졌을 때만 해도 의식이 있어 부르는 말에도 대답을 했다고 경찰 당국은 설명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 야미가미 데쓰야/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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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41세 전직 해상 자위대원…사제총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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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당국은 살인 미수 혐의로 용의자인 41세 남성 야마가미 데쓰야를 현장에서 체포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야미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그를 죽이려는 의도로 노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복수의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2005년까지 3년간 해상 자위대원으로 근무했다고 전했다. 현재는 무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미가미는 범행 후 특별히 도주하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가까이에서 피습 현장을 목격한 한 여성은 "아베 전 총리가 연설하는 도중 한 남자가 뒤에서 다가왔다. 두 번째 발사 순간 아베 전 총리가 쓰러졌다"며 "총을 쏜 남자는 도망치려 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야미가미가 범행에 쓴 총을 압수했다. 현지 매체들은 산탄총을 이용해 범행을 벌였다고 보도했으나, 나라현 경찰은 아베 전 총리가 권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일부 누리꾼들은 2개의 파이프를 검은색 테이프로 묶은 특이한 총 형태를 보고 용의자가 직접 만든 사제총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에서는 엄격한 총기 규제법 때문에 정치인이 총기에 의해 공격을 받는 일은 드물다"면서 "저명한 정치인이 총으로 암살된 것으로 알려진 마지막 사건은 2007년 나가사키 시장이 우익 단체 일원에 의해 총살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전 총리 피습 사건 현장/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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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계 "민주주의 위협"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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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는 일본의 최장수 총리다. 2006년 9월부터 1년간 집권한 뒤, 5년 후인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해 7년 9개월간 장기 집권했다. 2020년 건강 문제로 총리직을 사임했으나 현재도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 정책연구회의 회장으로서 막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피습 소식에 일본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용의자를 규탄했다.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등 집권 연정당에서는 "폭력은 절대 용서될 수 없다" "몹시 분노를 느낀다" 등 반응을 쏟아냈다.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의원은 "무사를 기도한다"며 "테러행위는 용서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 자민당 의원도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용서할 수 없다"며 "아베 총리의 무사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즈미 켄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허용되지 않는 만행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민주주의인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폭력은 안 된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지나미 입헌민주당 간사장도 트위터에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이케 아키라 일본공산당 서기국장도 "폭력은 절대 용서되지 않는다. 아베 전 총리가 무사하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역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총리관저로 복귀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전 총리의 상태가 매우 위중한 상황이며 피습 동기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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