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마저 우려... "정치 제쳐두고 애도해야"
한국 네티즌도 '냉담'... 재일 한국인 안전 우려도
2019년 중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왼쪽) 당시 일본 총리가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 소식은 전 세계 온라인에도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축하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베 전 총리가 일본 내 '우파 그룹'을 대변하며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미국의 블룸버그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9일 중국의 '국수주의' 성향 네티즌들이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축하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을 전한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게시물에는 "어떤 항일 영웅이 그랬나" "샴페인을 터트리자" 등 사건을 축하하는 덧글이 달렸다.
이런 반응이 서구로 널리 알려진 것은 주로 반중 성향이 강한 보수 언론과 중국 출신 반체제 인사들이 중국 국수주의 네티즌의 반응을 퍼 날랐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에 가까운 인사와 전문가들은 당황하며 수습에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의 전 편집장인 후시진은 웨이보에 "이 시점에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정치적인 복잡함은 제쳐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편집장 출신 후시진이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아베 전 일본 총리를 애도한다는 메시지에 중국 네티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웨이보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후시진은 나중에 아베 전 총리를 애도한 자신의 웨이보 메시지를 트위터에 인용하며 "한 시간 만에 8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 내 네티즌 여론이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기뻐하는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서구 일각의 주장에 대한 해명 겸 항변의 성격이 강하다. 그는 웨이보에도 "중국 인터넷에서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대한 두 갈래의 감정이 다투고 있다"며 "다른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평을 남겼다.
중국 칭화대 강사였으나 정치에 대해 논평했다가 해직된 바 있는 우창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2012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으로 반일 시위가 벌어진 이래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반일 감정이 만연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나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려 하고 있지만, 이런 국수주의적 반응이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네티즌도 아베 사망 축하? "극우 먹잇감 될까 걱정"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회담 도중 문재인(왼쪽) 당시 한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 당시 양국관계는 무역분쟁 등으로 경색된 상태였다. 청두=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온라인매체 바이스나 호주의 보수성향 온라인 매체 News.com.au 등은 "한국 네티즌 역시 아베 전 총리 사망에 애도를 표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은 중국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 네티즌 반응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의 반(反)아베 감정이 그의 죽음에 대한 온전한 애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아베 전 총리가 평화주의 헌법 개정을 통한 재군사화를 추진하고,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를 비판하는 교과서를 '자학사관'으로 비판하며 개정을 진행한 점 등을 짚었다.
실제 한국의 SNS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해 "잘 죽었다"는 등의 표현이 등장했지만, 다른 이들은 일본에 다수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일본인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내 일각에서 일본 거주 한국인이나 한국계 일본인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는 등의 주장이 나온 탓이다.
한 네티즌은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을 잘됐다고 말하는 것은 일본 극우 진영의 먹잇감이 되고, 이는 일본에 머무는 한국인의 안전을 위협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