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일본 나라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해상 자위대원 출신의 용의자가 체포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설마 했던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8일 일본에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유세 중 총에 맞아 사망했다. 총기 규제가 강한 나라에서 벌어진, 역대 최장기 총리였던 정치인의 사망 소식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앞서 위협용일 것으로 생각됐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이 되면서 느낀 놀라움이 진정되기 전 터진 소식이다.
민주주의 대표 국가인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낙태권 문제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움직임에 반발한 한 남성은 총 등 무기를 챙겨 한 대법관 집까지 찾아갔다. 미수로 붙잡혔기에 망정이지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을 뻔했다. 지난해 1월6일에는 대통령선거 결과에 불만을 가진 1000명 넘는 이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켜 최소 7명이 사망했다.
소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전달된 뉴스들은 그 자체로도 충격이지만 다른 걱정을 낳는다. 잇따른 나쁜 '파격'이 우리를 비롯해 다른 사회에 "이런 것도 되네"라는 나쁜 신호를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넉 달이 넘은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사회 비판에도 일정 성과를 내고 있고, 이런 와중에 한국 사회에선 전쟁 소식에 대한 피로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세계적인 대러 제재 분위기를 무시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싸게 사는 인도, 중국 등을 '실리 외교'라며 높이 사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베 전 총리 피격 기사 댓글창에는 사건과 관련 없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거론됐다. 국내를 향한 것들도 있었다. 누구는 한국의 현직 대통령 이름을 썼고, 다른 누구는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썼다. 각자 정치 성향의 반대편 대표 인물을 겨냥했다. 그저 인터넷에 오른 글은 행동이 아닌 생각일 뿐이니 괜찮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도 이미 테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3월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0대 유튜버로부터 망치 공격을 받았다. 역시 선거 유세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근 한 유튜버는 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집이라면서 사적 공간인 한 주택 앞에서 생중계를 해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글들이 단순히 생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에 대해 "요즘 세계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매우 열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폭력을 통해 이를 드러낸다"고 CNN에서 지적했다. 또 이런 현상이 확대된다면서 지난해 의회 폭동을 사례로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교류 감소, 정치인들의 양극화도 이런 현상의 배경에 있지만 소셜미디어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에서 원하는 정보를 편식하며 강화되는 '내 생각이 맞네'라는 확증편향은, 정치인들의 선명성을 부추기며 양극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G 존스는 올해 2월 의회 증언을 통해 "2014년 이후 미국 내 테러 행위가 늘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온라인에서 폭력 행위를 좇는 이들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테러 활동을 벌이는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선전 활동을 하며 동조자를 모으고, 모금도 하고, 심지어 테러 훈련까지 한다는 것이다.
테러나 이에 준하는 행동의 목적은 불만 표출뿐 아니라 정부 등 실권 세력을 위협해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하려는 데 있다.
분명한 점은 이런 폭력은 '표현의 자유' 범위 밖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도 민심"이라는 식으로 포장부터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회색지대처럼 여겨지는 온라인 활동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서의 행위는 머릿속 '생각'이 아닌 드러난 '활동'이며, 이는 때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선을 넘은 일에 대해선 "이런 것은 안 되는구나"라는 점을 분명히 읽도록 해야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