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등 채솟값 평년보다 100% 이상 상승
음식 재료 줄이는 등 슈링크플레이션 현상
올해 봄 극심한 가뭄에 이어 최근 장마와 폭염이 겹치면서 농산물 생육이 부진해, 채솟값이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치솟는 물가 상황까지,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거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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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다른 채소를 더 넣거나 비싸지 않은 것들을 골라서 쓰죠."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서 비빔밥 가게를 운영하는 안모씨는 최근 치솟는 상추 가격에 "채소 구입 비용이 예전과 비교해 10만원 가량 더 늘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상추를 비롯한 채솟값이 급등하면서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을 줄이거나 저렴한 품목으로 대체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확산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슈링크(shrink·줄이다)'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미국 AP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전 세계적으로 가속하고 있는 현상"이라며 해당 단어를 소개했다.
최근 폭우와 함께 찾아온 장마로 채소값이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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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이미 국내서도 현실화했다. 채솟값 상승에 고심하는 자영업자들은 가격이 급등한 채소 대신 비교적 저렴한 다른 재료를 선택한다. 충무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대식씨(62)는 "상추 가격이 워낙 비싸서 상추 대신 깻잎을 드리고 있다"며 "상황이 지속되면 가격을 올리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농산물유통정보(KAMIS) 시스템에 따르면 적상추 소매가격은 14일 기준 100g당 2294원, 청상추는 2358원이다. 각각 1093원, 1085원이던 평년 수준에 비하면 109.9%, 117.3% 상승했다. 지난달 900원대였던 적상추 가격이 한 달 만에 1300원 넘게 오른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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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채소 가격도 오름세다. 시금치 소매가격은 1kg당 2만3014원으로 7388원이었던 평년보다 211.5% 올랐다. 열무, 오이, 얼갈이배추 등도 평년보다 100% 이상 소매가격이 상승했다. 여기에 올해 봄 극심한 가뭄에 이어 최근 장마와 폭염이 겹치면서 농산물의 생육도 부진한 상황이다.
상추 등 채소를 줄이거나 대체하지 않고 이전처럼 똑같이 채소를 제공하는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구에서 샤브샤브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에는 채소 매입하는 데 많이 올랐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상추 같은 쌈채소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손님이 더 달라고 하면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더 드리기는 하지만 손해를 많이 보고 있어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상추와 깻잎 등에 대한 수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1일 충남 금산군 소재 상추 깻잎 재배포장 유통시설을 찾아 작황 상황을 점검했다. 김 차관은 농가와 유통센터 관계자 등에게 앞으로 생산부터 가공까지 체계가 잘 구축된 '산지유통센터'를 확대하는 등 농산물 생산과 유통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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