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2월 만기 출소를 하던 정봉주 전 의원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첫 사면을 단행하며 정 전 의원에 대한 복권을 단행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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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의 첫 사면권 행사는 대통령의 철학과 이념, 당대 시대상황이 맞물린 정치적 산물이었다. 헌정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대화합을 명분으로 552만명에 대해 특별사면과 복권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도 광복절을 앞두고 곧 첫 번째 사면권을 행사한다. 특히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이 수사했던 이들이 주요 사면 대상자로 거론돼 더욱 관심이 쏠린다.
여권과 재계에선 국민 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포함된 대사면론이 제기되고 있다. 형평성을 고려해 야권 인사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조심스레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사면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전례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대통합과 대규모 사면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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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첫 사면은 어땠나
대통령실의 말처럼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의 첫 사면은 대규모로 이뤄졌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 사면보단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특별사면이 대부분이었다. 87년 6월 민주화 항쟁 뒤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7200명의 시국 사범과 형사사범을 사면했다. 이중엔 5.3 인천사태 혐의로 복역하던 이부영 전 의원이 포함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 밀입북 사건으로 복역하던 문익환 목사와 민생사범 4만여명을 사면했다.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의 특별사면조치로 공주교도소에서 풀려났던 소설가 황석영씨.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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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평적 정권교체 뒤 IMF 사태를 마주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면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사한 대통령으로 불린다. 취임 뒤 17일 만에 국난 극복과 국민대화합을 명분으로 552만명을 사면했다. 여기엔 소설가 황석영씨도 포함됐다. 김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했던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 건의를 사실상의 첫 사면권 행사라 보는 시각도 있다. 이희호 여사는 이와 관련해『이희호 평전』에서 “그들이 저지른 죄는 나쁘지만 용서하는 것이 남편의 신념을 실천한 것이었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며 대선후보들부터 ‘사면권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사면권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혁당 등 시국사범을 포함해 1400여명에 대해 첫 번째 사면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 특별사면에서 기업인과 정치인을 제외한 운전면허 제재자 등 생계형 사범 중심으로 282만명에 대한 형을 감해줬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은 이후 광복절에 이뤄졌다.
사면에 부정적이던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에 생계형 민생사범 5900여명을 사면해줬다. ‘사면권 제한’을 주요 대선 공약을 내세웠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첫 사면도 서민 생계형 사범(6444명) 중심이었다. 다만 여기엔 유일한 정치인으로 정봉주 전 의원이 복권됐고, 용산 철거현장 화재 관계자들도 대상에 포함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쉽연구원장은 “사면은 역대 정부의 국정철학과 이념적 방향성, 그리고 그 시대 국민적 요구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 2월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 일 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는 모습.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첫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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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내세운 尹의 고심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정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만큼 대통령실 내부에선 첫 사면에 대한 고심도 깊다고 한다. 형사 재판의 결과를 형해화하는 사면권의 특성상, 유전무죄와 같은 공정 이슈가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했던 이들이 주요 사면대상자로 거론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겠으나 윤 대통령을 상징하는 공정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사면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야당과의 협치를 고려해 형평성도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사면인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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