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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아픈 나 대신 '아바타' 보낸다?…'메타버스 병원' 언제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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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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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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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나 대신 '아바타'를 메타버스 병원에 보낸다. 11일(현지시간) 중동 경제매체 아라비안비즈니스 등 외신은 아랍에미리트(UAE) 헬스케어 기업 '썸베이'(Thumbay) 그룹이 메타버스 병원을 설립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썸베이 측은 "오는 10월 전 메타버스 병원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환자들이 아바타를 통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완벽한 가상병원이 될 것"이라고 의료 메타버스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비대면 진료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의료 메타버스'를 향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자체 구축하는 등 의료업계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합법화 논의가 진행 중인 데다, 비대면 진료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문점이 남은 상황이라 본격화 단계는 시기상조란 의견도 나온다.


병원 안 가고 진료받는 '의료 메타버스'…"진료·상담은 계획 단계"

의료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국내보다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큰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2014년 가상현실(VR) 헤드셋 개발사 오큘러스를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한 메타(페이스북 전신)는 의료 VR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투자 중이다. 의료 기술 기업 스트라이커 역시 2017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홀로렌즈'를 이용, 외과 수술실 설계 프로세스 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의료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국내 병원도 있다. 중앙대 광명병원은 의료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딥노이드와 손잡고 자체 플랫폼을 개발, 메타버스와 병원을 합친 이른바 '메타버스피탈'(Metaverspital)을 구축했다. 메타버스피탈은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진료·상담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1차 개발이 완료된 플랫폼엔 딥노이드의 의료 AI 메타버스 솔루션 '메타클'(METACL) 기술이 적용됐다. 다만, 현행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어 진료·상담 등 서비스는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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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열린 중앙대 광명병원 개원식 당시 진행된 메타버스 병원 시연 장면. /사진=딥노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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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노이드 관계자는 "현행법상 진료나 상담 제공은 어렵기 때문에 단계별로 나눠 병원 홍보나 병원 내부 진료과 위치, 수술 과정 등 안내 서비스를 먼저 준비 중"이라며 "모바일이나 웹페이지를 통한 서비스를 먼저 계획 중이고, 앞으로 VR 기기를 통해 수납부터 진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딥노이드에 따르면 모바일 서비스 모델은 고객이 개인 아바타를 설정해 상담과 진료를 받도록 구현될 예정이며, 서비스 일정은 미정이다.

일선 병원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산 차병원은 지난해 6월, 개원 1주년을 맞아 국내 병원 최초로 네이버 '제페토'에 가상공간을 구현한 바 있다. 병원은 '분만실' '이벤트홀(대강당)' '7층 외래공간' '행정사무실' 등 병원 내부 시설을 제페토에 옮겼다. 강동성심병원도 병원 전체를 실감 콘텐츠 기반 메타버스 병원으로 구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시 허용' 비대면 진료, 논의~ing…"실효성 의문" 지적도

다만 비대면 진료 합법화 논의가 아직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의료 메타버스 기술 발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 로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돼 편의성이 제고된 건 사실이나 진료 방식 자체의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서비스를 확장·운영한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에선 법적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메타버스의 핵심은 가상촉감기술(가상 환경에서 접촉물을 실제로 만지는 듯한 촉감을 일으키는 기술)인데, 공간만 구현했다고 해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얼마나 실제감 있는 기술 구현이 가능하느냐에 따라 국내 의료 메타버스 전망이 갈릴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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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제페토 '일산 차병원' 월드 7층 외래공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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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서비스 구현도 아직 미흡하다. 일산 차병원이 제페토에 구현한 메타버스 공간도 단순 소통·안내만 가능하다. 11일 오후 2시 기준 일산 차병원의 메타버스 월드 최근 방문자 수는 총 30명 내외에 그친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공간이 개방은 돼 있지만 담당자가 가상공간에 계속 있을 수만은 없어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아직까진 자체 플랫폼 구축 등 확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중앙대 광명병원 역시 플랫폼은 마련됐지만, 진료·상담과 같은 본격 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부분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메타버스 산업 발전에 따라 의료계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해외에선 비대면 진료 시장이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의료법에 막혀있다"며 "병원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건 대면진료의 무시가 아닌, 메타버스상의 비대면 진료와 대면진료를 병행하는 체계다.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점점 의료 메타버스 수요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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