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해 당사자 최인철(왼쪽)씨와 장동익씨, 박준영 변호사(가운데)가 지난해 2월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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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살인사건’ 재판에서 가족 알리바이를 댔다가 위증교사를 했다고 몰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최인철(61) 씨의 부인과 처남이 재심 끝에 마침내 누명을 벗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단독 송호철 판사는 지난 15일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판 때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형이 내려진 정숙기, 정대근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당시 경찰의 강압 수사로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자백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 씨의 부인과 처남이다. 최씨는 1990년 1월 4일 한 여성을 장동익(64) 씨와 공모해 살해한 뒤 부산 사상구 엄궁동 갈대밭에 유기한 혐의(강도살인)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수사 단계에서 신정 연휴라 처가에 방문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기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61)씨와 최인철(58)씨가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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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1심이 진행되던 1992년 4월 정대근 씨 역시 법정에서 “그날 자형은 대구의 처가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검찰과 경찰은 그가 위증했다며 그해 5월 정 씨를 구속했다. 아내인 정숙기 씨 또한 동생에게 위증을 부탁했다며 그해 6월 구속됐다. 결국 두 사람은 그해 7월 각각 징역 5개월 집행유예 1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형이 선고되기 전까지 2, 1개월씩 미결수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다.

검찰은 선고 직전 제출한 구형 의견서에서 “검찰은 지난 30여년간 계속된 피고인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죄 의견을 전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누명으로 21년 5개월을 철창 속에 갇혀 지내야 했던 최 씨와 장 씨는 지난해 2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인 정 씨는 남편 없이 어린 자녀들을 키웠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서 일당을 받으며 대파 농사를 돕거나 명지항에서 어로작업을 하기도 했다.

남은 피해자는 최씨 처 백모(아내의 큰어머니) 씨 등이다. 그는 사건 당시 최씨가 처가에 온 게 맞는다고 진술했다가 위증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 사건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 사건의 재심 변론은 박준영 변호사가 맡았다. 박 변호사는 1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재판을 통해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억울한 피해를 본 분들뿐만 아니라 어렵게 살아가는 많은 분이 힘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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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세상이 과거와 같지는 않지만, 현재도 억울한 일들이 정말 많을 것"이라며 "인간이 하는 일이니, 실수나 잘못이 있을 수 있으니 사법기관 종사자들이 그런 경계심을 갖고, 신중히 진지하게 처리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영 변호사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나라 슈퍼 강도사건’, ‘무기수 김신혜 사건의 재심결정’,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원역 노숙 소녀 살인사건’ 등 재심 사건을 맡은 재심 전문 변호사다.

부산=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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