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의 알홀 캠프. |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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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2019년 몰락 국면으로 내몰렸다. 그해 3월23일 시리아민주군(SDF)은 IS의 최후 거점인 시리아 동부 바구즈를 탈환했고, 10월27일엔 미군이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제거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시리아에선 다시 IS의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IS 대원 가족들이 구금된 시리아 난민 캠프의 치안이 나날이 악화되고, 캠프 내 극단주의화 현상까지 심각해지면서 이곳에 갇힌 아이들이 ‘IS 2.0’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열악한 캠프에서 싹트는 ‘IS 부활’ 불안감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의 ‘알홀 캠프’는 이 지역 최대 난민 수용소다. 지난 6월 유엔난민기구(UNHCR)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이곳엔 약 5만5000명이 머물고 있다. 이 중 여성과 어린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93%이며, 캠프의 절반가량이 12세 미만 어린이로 구성돼 있다. 알홀 캠프 내 치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25건의 살인이 발생했고, 지난달엔 참수당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대부분 범죄는 캠프 내 IS 급진주의자 여성들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들은 캠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행위도 위법이라 여겨, 변절자들을 단죄하기 위해서라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살인과 폭행 등 잔혹행위를 목격한 아이들은 불면증, 우울증, 불안 증세 등 정신적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캠프 내 아동들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의료 지원도 원활치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캠프 내 의료 시설들은 문을 닫고, 치료받기 위해 캠프 밖으로 이동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해 7월 알홀 캠프를 방문한 뒤 “캠프 내 환경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지난 2020~2021년 캠프에서 99명의 아이가 숨을 거두었다.
해당 캠프를 총괄하는 SDF와 인권단체 등은 아이들이 처한 잔인한 상황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알홀 캠프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극단주의 세력과 결탁할 위험까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캠프에 수용된 제3국 아이들의 본국 송환율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이라크, 프랑스, 독일 등은 극단주의 사상에 물들었을 것을 우려해 이곳에 있는 본국 출신 아이들을 다시 받아들이길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IS 가족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를 원하지 않는 나라들은 최소한 그들을 수용하는 대가로 SDF에 지원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IS 재결집 막기 위한 조치 부재”
튀르키예(터키)가 SDF를 공격하면 캠프 내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시리아 내 무장정파인 쿠르드민병대(YPG)는 SDF 창설을 지원했는데, 튀르키예는 YPG가 자국이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관돼 있다고 본다. 튀르키예는 지난 2019년 국경을 넘어 시리아 쿠르드 자치정부를 공격한 바 있다. 최근에도 “시리아 동북부의 쿠르드 자치정부 장악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재개하겠다”며 침공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 측은 SDF가 튀르키예의 공격을 받으면 캠프 경비 인력을 전선으로 배치해야 하는 만큼 캠프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격퇴 특수작전을 전개해 온 클로드 K. 튜더 주니어 사령관은 “터키군이 실제로 공격을 하면 IS 2.0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IS 잔당들이 SDF의 통제력이 약해진 때를 틈타 캠프를 공격해 캠프 내 극단주의 세력과의 재결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1월 IS 무장대원들은 SDF가 관리하는 시리아 북부 하사카주의 ‘그화이란’ IS 포로수용소를 공격해 상당수의 IS 포로를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시리아 전문가 찰스 리스터는 이는 SDF의 통제력이 이미 약해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우리는 지금 차세대 IS를 키워내는 용광로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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