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경을 헤맸을 정도로 아팠으나 돌아온 조니 미첼. 지난 4월 당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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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미첼 덕에 당신의 차가운 영국인 와이프가 감정이란 걸 느끼는 법을 알았다구.”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엠마 톰슨이 연기한 카렌의 대사다. 조니 미첼(78)은 캐나다인 가수 겸 작곡가이면서 화가로, ‘포크록의 대모(代母)’라고 불린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대통령 후보 부인이 외동딸 이름을 첼시(Chelsea)로 지은 것도 미첼의 명곡 ‘첼시 모닝’에서 따온 것이다. 국내 인지도는 영어권에 비해선 높지 않지만 그가 팝의 역사에 남긴 족적은 크다. 미첼은 2015년 뇌동맥류 출혈로 쓰러지면서 한때 의식불명 상태까지 겪으며 건강이 악화했다. 그러나 지난 24일(현지시간), 미첼은 자신이 과거가 아님 현재임을 증명했다. 미국의 유명한 뉴포트 포크페스티벌 무대에 깜짝 등장해 공연을 하면서다.
지난 24일 무대의 조니 미첼. [Youtube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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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 북미권 매체들은 물론, 영국 가디언도 그의 등장을 반겼다. NYT는 26일(현지시간) “조니 미첼이라는 싱어송 라이터의 깜짝 컴백은 용기와 기쁨을 상징하는 행동”이라고 극찬했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은 미첼이 젊은 시절 자주 올랐던 무대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듯 대개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불렀으나 때론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 소화한 노래가 14곡에 달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미첼의 공식 사이트는 “기타 연주까지 직접 하면서 노래를 부른 건 (약 23년 전인) 55세 생일 후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첼은 사경을 헤맨 뒤 재평가를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자신이 인생과 인간관계 등에 대해 느끼는 바를 솔직담백한 가사와 멜로디로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에 더해, 나이듦이 그에게 깊이를 더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첼은 최근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죽음을 가까이 느낀 이후에 사람들이 나를 더 부드럽게 대해주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NYT가 최고의 무대로 꼽은 곡은 ‘보스 사이즈 나우(Both Sides Now)’로, ‘러브 액추얼리’에서도 조명된 노래다. 최근엔 청각장애 부모를 둔 가수의 이야기를 그린 ‘코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이다.
미첼이 직접 쓴 가사는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인생의 허상일 뿐 / 나는 인생을 전혀 모른다”로 끝난다. 미첼이 이 곡을 쓴 것은 1967년으로, 당시 그는 23세였다. NYT는 “슬픈 노래라고만 여겨져왔던 이 곡을 지난 24일 부르는 미첼의 목소리는 더 깊어졌고 우아했다”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좋은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즉 인생을 대하는 페이소스(pathos)가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첼은 알려줬다”고 전했다. 팬데믹으로 지칠대로 지친 전 인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효과도 있었다고 NYT는 극찬을 이어갔다.
그의 음악에 열광한 이들이 그와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뿐이 아니었다는 점도 조명을 받고 있다. 24일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미첼에게 환호를 보낸 인파는 일명 MZ세대부터 베이비부머까지, 나이를 초월했다.
조니 미첼의 대표적 앨범 중 하나인 'Both Sides Now.' 그가 직접 그린 자화상이 앨범 커버다. |
미첼은 지난해엔 미국 케네디센터가 대중문화에서 뜻깊은 공로를 세운 인물을 엄선해 수여하는 명예상을 받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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