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소비심리와 경제상황

치솟는 물가에 소비심리 22개월來 최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에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 뒤 국민이 예상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당분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8%포인트 오른 4.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국민이 현 상황을 바탕으로 내다본 미래의 물가상승률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물가에 따라 현재 수입과 소비 수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 물가에 한발 앞서 움직이는 지표로 통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6.0%)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는데,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급등하며 물가 진화에 난항이 예상된다. 치솟는 물가에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으로 전달에 비해 10.4포인트 하락해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관건은 올해 물가 정점이 언제냐는 것이다. 일단 한은에서는 3분기(7~9월) 물가가 꼭짓점을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이날 '통화정책 기조 변화 배경과 리스크 요인'을 주제로 열린 한은 특별강연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6%를 상회하다가 3분기 고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서 위원은 "내년에도 수요와 공급 측면의 압력이 지속되면서 (물가가) 3%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라며 "겨울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물가 고점은 이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저효과에 비춰봐도 3분기 전후 물가 고점론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가는 지난해 10월 3.2%를 돌파하며 고공 행진하기 시작했다.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를 기준으로 상승률을 계산하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 10월을 전후해 점차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문제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하면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오른 임금이 재차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고물가 진화가 한층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올해 임금 상승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내년에도 4%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이 물가를 올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늘어난 비용만큼 제품·서비스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줄고, 재차 기업 투자가 줄며 경기 타격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 급등은 3분기 후 정액 급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임금 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이 앞으로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 위원은 고물가 진화의 필요성에 대해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질 장기 금리가 중립 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의 불씨를 꺼뜨릴 수준까지 가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상당하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설비투자는 0.07~0.15%, 건설투자는 0.07~0.13%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민간소비는 최대 0.1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면서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해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우리 경제에서 소비가 경제 주축으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2분기 국내총생산은 수출 급감(-3.1%)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3.0%)에 힘입어 0.7% 성장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 경기가 더 악화할 소지가 크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요 둔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런 비용보다는 물가 안정과 같은 편익이 더 크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 위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경기 전망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리 인상 속도는 경기·물가 전망, 금융시스템과 소득 불균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양하게 점검하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민간소비도 실질 구매력 감소, 감염병 재확산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인상하면 연간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