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5G 중간요금제' 상품이 5일부터 소비자와 만납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그동안 짜맞추듯 20GB, 30GB, 50GB 등 다양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살인적 인플레이션 부담에 윤석열 정부가 통신3사에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했습니다. 업계 맏형인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한 달에 5만9000원을 내면 24GB를 쓸 수 있는 새 요금제를 5일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곧 비슷한 요금제 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새 상품을 대하는 통신3사의 공통점은 바로 '디마케팅(Demarketing)'입니다. 디마케팅은 고객의 선택을 의도적으로 줄이려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제품 수요를 부정적으로 통제해 희소성과 고객 충성도를 올리려는 것이죠. 유럽 명품 업체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에 할인을 하지 않는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런데 통신3사의 디마케팅은 이보다 일차원적입니다. 오로지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에 대한 고객 수요를 키우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새 요금제로 갈아타는 고객이 늘수록 통신사 수익이 뚝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0~30GB를 커버하는 6만원대 초반의 중간요금제 상품이 나오면 7만원대(100GB 이상) 고가 요금제를 쓰던 고객 상당수가 이탈할 수 있습니다.
불과 20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국 통신 산업은 정부가 요금을 통제했습니다. 통신서비스에 부여된 공공성 때문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사전 인허가를 기업 자율로 바꾸면서 정부는 "요금 인하 등 소비자 편익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중간요금제 출현 상황을 보니 관치는 여전히 세고, 소비자를 위한 통신3사의 가격 경쟁은 뜨뜻미지근할 따름입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