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WTI 88.54달러
하락 지속 전망…러 제재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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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들이 내달 원유 생산을 찔끔 늘리기로 했지만 소비가 주춤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유가가 본격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가 ‘자원 무기화’에 나설 경우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12달러(2.34%) 하락한 배럴당 88.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월2일(88.26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원유 재고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유가는 하락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미국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46만7000배럴 증가했다. 여름 휴가철로 소비가 늘어 재고는 7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원유 재고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미국 휘발유 수요는 전주 대비 2.5% 감소한 하루 859만배럴에 그쳤다. 경기침체 우려와 사상 최대 수준인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휘발유 소비는 코로나19 유행세가 한창이던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원유 공급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인데도 유가가 떨어진 것은 그만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3일(현지 시간)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회의에서 9월 증산량은 10만배럴로 7월과 8월 증산량(하루 64만8000배럴)의 15%에 그쳤다.
특히 증산 여력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할당량은 3만3000배럴에 그쳐 증산량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는 “소비심리가 냉각될 경우 석유 수요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경기침체의 발생 가능성과 시기, 강도는 향후 수요측면에서 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발 공급 불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장비 점검을 이유로 노르드스트림1을 통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끊었다. 천연가스 수급난이 벌어지면 원유 가격 급등 가능성이 크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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