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왼쪽 둘째) 의원이 7일 인천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 연설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박용진(왼쪽 셋째)·강훈식(맨 오른쪽) 의원과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맨 왼쪽) 의원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지역 선거에서 74.15%의 지지를 얻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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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8·28 전당대회 첫 주말 순회 경선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70%를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親明)계가 약진했다. 이 같은 구도로 경선 분위기가 이어지면 당 지도부는 친명 일색이 된다. 이 의원 강성 지지층은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당직자가 기소되더라도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당헌을 고치라고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당’화(化)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6~7일 진행된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당대표 선거에서 74.15%의 지지를 얻었다. 박용진 의원은 20.88%, 강훈식 의원은 4.98%로 뒤를 이었다. 이 의원은 초반 레이스에서 박 의원과 53.27%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투표에서도 친명계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정청래 의원이 28.4%로 1위였고, 박찬대(12.93%), 장경태(10.92%), 서영교(8.97%) 의원이 3~5위로 당선권에 들었다. 옛 주류인 친문(親文)계는 고민정 의원만이 2위로 22.24%를 얻었다. 친문 윤영찬(7.71%), 비명 고영인(4.67%), 86세대인 송갑석(4.16%) 의원은 하위권에 그쳤다.

이 의원의 경선 초반 순항은 친명계에서도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라는 평가다. 이 의원 스스로도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당초 60%대 득표를 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를 뛰어넘었다”며 “결국 당을 구할 인물은 이재명뿐이라는 당심이 작용한 결과로 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여권 내분의 반대급부로 이 의원에게 지지가 몰린다는 얘기도 나왔다.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제대로 못 할수록 그 맞상대였던 이 의원의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몰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친명계 4명이 모두 약진한 점도 고무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 이대로 당 지도부가 구성되면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임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해 9명 중 8명이 친명계로 채워지게 된다.

이 의원에게 맞선 박용진·강훈식 의원은 아직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권리당원에서는 이 의원이 압도적으로 득표할 것이라는 점은 모두 예상하지 않았나”라며 “대의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등도 남아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 비율로 당대표를 뽑는다. 이 중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제외한 대의원·일반당원 투표 결과는 전국 순회를 마치고 28일 전국 대의원회의에서 한꺼번에 발표한다. 국민 여론조사는 14일과 28일 두 차례 나눠 공표된다. 박 의원은 ‘이재명 방탄용’으로 논란이 된 당헌 80조(부정부패 당직자 기소시 직무정지) 개정 당원 청원도 비판했다. 그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조항이 변경된다면 그야말로 민주당은 사당화되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얼굴엔 웃음꽃이 필 것”이라고 했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꼽히는 박·강 두 의원의 이른바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단일화도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강 의원은 경선 초반 결과를 받아들고 “저는 지금부터 올라갈 일만 남았고, 새로운 변화를 지치지 않고 만들어 가겠다”며 “충청, 호남, 서울 등을 순회하며 파격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강 의원은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가 본질은 아니다”고도 했다. 단일화 논의 대신 자강(自强)하며 자신의 몸값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박 의원은 “강 의원과의 단일화 논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당원과 국민의 간절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저희 둘의 이해를 내세워서 당원과 국민의 간절함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97세대 단일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 의원의 대세론을 깰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선 초반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박·강 두 의원의 권리당원 득표율(25.86%)을 합해도 이 의원(74.15%)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단일화로 컨벤션 효과가 발생해도 격차를 줄이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왔다.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은 비명계 후보에 대한 노골적 압박에 나섰다. 박용진 의원은 강원 지역 순회 합동 연설회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남 탓하는 정치, 당의 공적 이익에 앞서 개인의 이해를 관철하는 ‘사당화 태도’는 민주당의 노선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패배를 반성하지 않고 국민을 탓하고, 언론을 핑계 삼아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의 지지자들이 “그만하라” “내려오라”며 고성을 질렀고, 당 선관위가 나서서 “야유와 비판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은 자신을 향한 이 의원 강성 지지자들의 비난 댓글을 소개하며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의원도, 이낙연 전 대표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니 지키자는 글을 올렸다”며 “그 글에 ‘박쥐 근성’ ‘사악하다’ ‘역겹다’ 등의 말이 쏟아졌다”고 했다. 고 의원은 “당이 친명, 반명(反明)으로 나눠 마치 사상검증 하듯 서로를 대하고 있다”며 “모두의 자멸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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