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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회로 간 초대 경찰국장 ‘밀정’ 의혹… 경찰청장 “다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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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인노회 요직 출신… 와해 후 ‘특채’ 임용 논란

“인노회 사건 때 김순호 경찰국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와해 사건을 언급했다. 최근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국장이 인노회 와해를 주도한 이른바 밀정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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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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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윤 후보자는 “그런 부분까지 알고 추천하지는 않았다”며 “(논란과 관련해) 추후 한 번 더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민주화 운동가들을 불법으로 연행하고 고문했던 치안본부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가운데 초대 경찰국장인 김 국장이 역시 과거 노동운동을 하다가 이를 치안본부에 밀고해 경찰이 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1988년 3월에 결성된 대중노동단체 인노회는 1989년 치안본부에 의해 ‘이적단체’로 낙인 찍히며 대대적인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 결과 총 18명이 치안본부에 불법 연행됐고 그중 15명이 구속됐다. 인노회 사건 관련자 중 한 명이었던 최동씨는 1990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분신자살을 했다. 이후 최씨는 2001년 민주열사로 인정받았고 인노회는 2020년 4월 29일 대법원 재심 확정판결을 통해 ‘이적단체’가 아닌 것으로 법적 결론이 났다.

그러나 김 국장이 인노회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사실과 인노회 와해 이후 ‘대공특채’로 경찰에 임용됐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밀정 의혹’이 제기됐다.

김 국장은 선배인 최 열사를 따라 인노회에 가입했고 당시 부천지역의 지구위원장을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1989년 4월 무렵 종적을 감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을 전후로 인노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고 최 열사를 비롯한 회원들이 치안본부에 불법으로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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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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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치안본부에 연행됐던 인노회 회원들은 경찰이 이미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조직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또 1989년 6월 인노회가 해체된 이후 김 국장은 그해 8월 대공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국장은 당시 경찰공무원임용령에 따라 ‘대공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로 분류돼 치안본부 대공3과 소속으로 경찰 근무를 시작했다.

또한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국장의 채용 과정을 담당했던 인물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던 홍승상 전 경감이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인노회 사건 관련자 및 성균관대 민주동문회 등 단체는 지난 7일 김 국장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밝히고, 경찰국장에서도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경찰에 인노회 활동 사실을 밝힌 것은 맞지만 골수 주사파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성명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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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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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김 국장과 관련된 의혹을 확실히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임 경찰국장의 수상한 의혹 역시 이번에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정권의 권력 사유화를 위해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탄압했던 33년 전 치안본부로 경찰이 회귀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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