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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창양 산업장관 "칩4, 경제관점서 접근해야…폐쇄적 모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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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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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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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제인 '칩4' 가입에 대해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며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칩4 구성을 위한 예비회의 참석의사를 밝힌 가운데 경제적 접근을 통해 칩4 논의의 주도권 확보를 시도하는 한편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칩4는 반도체 산업을 다루는 것이라 순수하게 경제적 문제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올해 3월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 3개국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형성하자는 '칩4' 협력체(동맹) 구성을 제안했다.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시점에서 '칩4' 제안은 미국 주도의 중국 고립 전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는 최근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칩4 협의체 구성을 위한 예비회의 참여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1위 교역국인 중국의 무역보복 우려도 불거졌다. 앞서 중국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한령'을 포함한 무역보복으로 대응했다. 이후 코로나19(VOCID-19) 팬데믹 영향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칩4' 참여가 제2의 사드 보복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장관은 "칩4 참여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은 큰 시장이고 비즈니스(사업)를 해야 하는 시장이니 여러 수준에서, 여러 산업분야에서 협력할 상황이 많다"면서도 "반도체는 첨단기술로 계속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관련 기술을 갖고 있거나 장비를 갖고 있는 국가·기업과 협력해야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익 전체를 고려해 접근하지, 어떤 나라를 배제하거나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며 "가장 좋은 방향으로 여러가지 일어나는 일들을 조율해서 조화롭게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칩4 참여로 우리나라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전면 배제하거나,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교역 1위 국가인데다, 일시에 반도체 공급방에서 배제될 경우 우리 업계 타격도 불가피한 만큼 산업부로서는 경제적인 판단에 근거한 신중한 접근에 나서는 셈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오전 여름 휴가 후 첫 출근길 약식 인터뷰(도어스테핑)에서 "정부 각 부처가 그 문제(칩4 참여문제)는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세심히 살피고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 역시 "순수하게 칩4 모임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우리 반도체 산업에 도움될 지 고민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장관은 "외교·동맹적 관점에서 접근해 (칩4에 참여하면)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칩4의 내용이나 수준, 방식에 따라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칩4 예비회의에서 어떤 수준, 어떤 내용으로 운영되면 바람직한지 우리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 관련 일본의 수출규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칩4 협력이 가능한지에 대해 묻자 "일본 수출 규제는 저희도 빨리 해소되길 기대한다"며 "여러가지 한일간 경제적, 비경제적 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과정(일본 수출규제 해소)을 위해 실무 차원이나 고위급 협의를 해오고 있다"며 "칩4 관련 의제나 방향성이 정해진다면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서 양자 관계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에 관한 업종별 산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달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하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대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6%에서 8%로 2%p(포인트) 올리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분야의 발전전략을 순차적으로 만들어 발표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개별 업종별로 전략 지도, 전략 맵 만들 생각인데 이 맵은 관련 산업이 어디 쯤 와 있다는 '상황 인식', 이 산업이 어떻게 가고 있다는 '방향 설정' 있고, 산업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을 담는 산업 전략 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설비 투자 관련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R&D(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선 소득공제 아주 높다"며 "상대적으로 설비투자 (공제는) 상당히 낮아, R&D와 설비투자 세액공제 격차가 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 조선업 등 여러 산업현장에서 겪고 인력 부족 현상에 대해서도 "(전문)기능 인력이든 첨단 인적자본이든 다양한 수준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고민"이라며 "기능(능력) 재훈련 시스템 구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인적 자본의 부족 현상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고유가로 역대급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정유업계에 추가세금을 부과하자는, 일명 횡재세(Windfall Tax) 도입 주장과 관련해서 "기업들이 상생차원에서 (기금 마련 등을) 논의하는 건 저희가 막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정부 공기업이나 정부 관련기업이 아닌 이상 수익이 많이 났다고 횡재세를 걷어들이는 것은 많이 신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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