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피해’ 외교적 해결 강조, 日 보복땐 양국 최악상황 우려
“법원이 현금화 조치 동결해야”
일제강점기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한 징용 피해자 문제는 국내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잘못을 인정, 배상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일본 기업이 자발적 배상을 하지 않았고 일본 기업이 보유한 한국 내 자산을 압류, 조만간 경매 등에 부칠 예정이다.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피해자에게 배상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기업은 “징용 피해자 배상은 한·일 청구권 협상 때 모두 해결된 문제”라며 “한·일 조약이 국제법적으로 유효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사는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되면 피해자 개인의 권익에 이익일까, 조금 다른 생각도 한다”며 “압류 중인 자산이란 게 브랜드나 특허와 같은 건데, 경매에서 충분한 현금화가 되지 않으면 피해 당사자들이 보상받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상 측면에선 굉장히 작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윤 대사는 과거 정부의 책임론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그는 “일제시대 많은 피해자들이 한·일 국교 정상화에서 피 맺힌 한을 풀지 못했고, 청구권 협정에선 그분들에게 돌아갈 몫을 국가가 써버린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국가가 외국과 조약에서 개인의 이익을 침해했으니, 정부가 일정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됐다.
하지만 “외교적 노력으로 풀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질문에는 “많은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면서 “피해자 분들에게 가장 이익이 큰 방향으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사는 “(주일 대사) 신임장 받을 때 윤석열 대통령께서 하루라도 빨리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절로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막상 일본 와서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일본의 냉랭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한국의 새 정부 등장에 일본 측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인 만큼, 이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일은 전략적 이해관계가 가장 일치하는 나라”라며 “유엔에서 이뤄진 각종 결의안의 찬반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과 일본은 98%의 일치율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도 98% 안 나올 텐데, 그만큼 한국과 일본이 이해 관계나 가치관이 거의 일치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전략적 이해는 같지만 역사, 영토, 감정의 문제, 국민성의 차이 등 지뢰들도 많다”며 “지뢰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 지뢰를 가급적 많이 피하면서 앞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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