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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35일 만에 박순애 부총리 사퇴···인선·정책 실패 등 총체적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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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 불찰”

윤 대통령 정책실패·인사실패 노출···기조 변화 불가피

경향신문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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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직 국무위원이 낙마한 건 처음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지운 사실상의 경질로 해석된다. 부총리 조기 강판으로 윤석열 정부는 정책실패·인사실패 등 총체적 난맥상을 노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선과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 불찰”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박 부총리 사퇴는 지난 달 5일 윤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정식 취임한 지 34일 만이다.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만5세 학제개편안 논란에 따른 경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박 부총리 거취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고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겠다”며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거취 정리를 시사했다.

새 정부 첫 교육 수장의 불명예 퇴진은 ‘박순애의 실패’보다 ‘윤석열의 실패’ 성격이 짙다. 당장 윤 대통령이 인선 기준으로 내세운 ‘능력주의’ 원칙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적재적소 유능한 인물을 쓰는 원칙”(6월7일 출근길 문답)을 강조해왔다. 도덕성, 검찰이나 측근 편중 인사 지적이 나올 때도 ‘능력과 전문성’을 들어 정면 돌파를 택하곤 했다. 윤 대통령은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던 날 취재진과의 출근길 문답에서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며 “다른 정권 때와 비교를 해보라.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했다. 박 부총리의 만취 음주운전, 갑질 논란 등을 두고는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았다”고 했다. 박 부총리 낙마로 이같은 윤 대통령의 인선 기조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직접적인 경질 배경이 정책 졸속 추진이라는 점도 뼈아픈 부분이다. 학제개편 논란은 지난 달 29일 박 부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한 직후 불거졌다. 윤 대통령 역시 당시 업무보고를 받고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공약이나 인수위 국정과제 등에서 언급되지 않은 교육제도의 큰 변화가 느닷없이 불거진 것이다. 수습 과정도 혼선의 연속이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나흘만에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통령 지시사항도 교육부에 신속한 공론화를 주문한 것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이 경우에도 정부의 정책 수립, 조율, 추진, 홍보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인사와 정책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지율 추락 국면을 돌파하려면 ‘윤석열표’ 정책과 개혁 과제로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훼손된 인선·정책 신뢰도 속에선 개혁 추진 단계마다 걸림돌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졸속 정책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만 일으킨 채 이어진 뒤늦은 ‘줄행랑 사퇴’”라며 “박 장관 한 사람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인사 참사의 원인 제공자인 윤 대통령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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