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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의료사고 의사 vs 교통사고 체육교사…사망사고로 누가 자격상실? [그법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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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71] 의료사고 감추려 기록 위조한 의사와 교통사고 과실치사 체육교사



#1. 지난 2015년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의료 분쟁에 휘말렸습니다. 의사가 돌보던 산모의 신생아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고 태어난 지 불과 3개월 만에 숨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중앙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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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사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산모와 태아에게 취한 조치 내용 등을 위조한 간호기록부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죠.

보건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같은 해 6월 의사 면허를 취소했으나, 이에 반발한 의사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의료법이 정한 결격 사유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고 행사했을 경우에 한정된다”며 “일반 사문서인 간호기록지를 위조하고 행사하는 행위는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 생활스포츠지도자(보디빌딩‧배드민턴)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사 2급 등 다수의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소지한 한 체육교사.

그러나 2019년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해 금고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다만 같은 해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복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의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합니다. 체육교사 역시 “특별사면에 따라 형사판결에 따른 효력이 상실됐다”고 억울해하며 소송을 냈습니다.



여기서 질문



법원이 바라본 의사와 체육교사의 ‘자격 상실 사유’는 무엇일까요?



법원 판단은



우선 신생아 의료사고가 있었던 의사의 사례를 보시겠습니다. 1‧2‧3심 모두 같은 의사의 손을 들었습니다.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면허 결격 사유에 일반적인 사문서에 해당하는 ‘간호기록지’ 위조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기존 의료법에는 범죄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됐으나, 2000년 1월 개정되면서 의사면허 결격사유를 의료관령법령 위반으로 제한했습니다. 즉, 의료인의 결격 사유 및 면허취소 사유는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한정된 만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률 상 간호기록부 위조는 사문서 위조로, 의료 관련 범행이라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죠.

다만 1심 재판부는 “보건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결격 사유가 되는 범죄에 포함하는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의사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며 ‘입법 미비’도 언급했습니다. 복지부는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중앙일보

대법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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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체육교사는 1‧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1‧2심은 “특별사면 및 복권명령 등으로 결격 사유가 해소된 이상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할 수 없다”고 체육교사의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결격 사유가 이미 발생한 이상 특별사면‧복권 등이 있었다고 해서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되돌려 보낸 것입니다.

대법원은 “형 선고의 법률적 효과는 소멸되나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 자체의 모든 효과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며 “체육 지도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상 위 규정에서 정한 자격취소 사유에 해당하고, 취소 처분 전에 특별사면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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