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 나선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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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의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사 책임자인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법원에 영장 공개를 요청했다.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측 주장에 맞서 정면 돌파 강수를 둔 것이다. 해당 영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출한 구체적인 기밀 문건 등이 적시돼 있을 것으로 보여 공개 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갈런드 장관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결정을 직접 승인했다"며 "그러한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사 중인 사안을 두고 법무부 장관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갈런드 장관은 전직 대통령의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이례적 조치를 두고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날 "이 사안에 대한 상당한 공익"을 근거로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영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밀 문건 등이 적시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가족기업 더트럼프오거니제이션의 자산 가치 조작, 1·6 국회의사당 난입 선동 등 각종 비리 의혹으로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이 영장에 담긴 내용 수위에 따라 추가 타격이 불가피하다.

법무부가 영장 공개 요청이라는 이례적 강수를 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이번 압수수색을 정치적 수사로 프레임화한 데 따른 대응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수사에 협조할 것을 경고한 것이기도 하다. AP통신은 "법무부는 압수수색 이후의 침묵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맹렬한 공격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르면 12일 오후 영장 공개 여부가 결론날 수 있다고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자택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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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갈런드 장관은 현시점에서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더 언급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향후 더 많은 정보가 적절한 방식으로 적절한 시기에 제공될 것"이라고 추가 대응도 예고했다. 그는 "최근 FBI와 법무부 요원, 검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에 대해 말하겠다"면서 "나는 그들의 진실성이 부당하게 공격 받을 때 침묵하며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압수수색 이후 법무부와 FBI 공격을 위한 무장 가능성 등 과격한 반응이 잇따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역시 이날 네브래스카주의 FBI 현장 사무소를 방문한 뒤 회견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력 위협이 "개탄스럽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갈런드 장관의 회견 직후 성명을 통해 "법무부에 협조적이었음에도 영장이 발부돼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재차 불만을 표했다. 백악관은 갈런드 장관의 회견을 사전 공지 받지 못했다며 이번 수사가 법무부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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