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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한국 조선업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글로벌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하지만 긴 불황의 터널을 거치며 빠져나간 인력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감이 있음에도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어 '호황 속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대형 조선사들과 협력사들의 산업 생태계가 인력난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저임금 구조를 깨고 젊은 인재들을 불러 모으고 일할 만한 사업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이윤을 되찾아 임금을 올릴 여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14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올해 9월 기준 6만336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9509명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6월 예상 부족 인력은 1만1099명으로 늘어난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사들이)임금을 올리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시장 자체가 수요자(선주)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조선업은 양복점과 같이 주문자 맞춤형 산업이다 보니 이들의 발주와 계약에 의해 조선사들이 끌려가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을 고도화해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화 시설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건조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5~10% 정도만 건조 속도나 비용 감소 등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뤄진다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노동자 쿼터 확대는 물론 조선소 인근 정주 여건 개선 등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제조업 살리기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조선업은 연장 근무가 많은 업종인데 주 52시간제도 시행 등으로 인력난이 더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한시적이나 탄력적으로 주 52시간 제도를 조선업에 풀어주거나 정주 여건 개선 등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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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 실적이 회복되면서 수주 보릿고개가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은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빅3로 꼽히는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LNG·LPG 운반선, 컨테이너선, 유조선을 중심으로 목표 수주액을 크게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각각 153%, 134%, 140%였다. 올해도 한국조선해양이 이미 174억달러 목표치를 넘어 179억 달러 수주를 달성했다.
조선사들도 젊은 인력을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규 인력 양성에 집중하는 계획을 세우고 집중 투자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기술연수생을 모집한다. 조선 그룹 통합 모집으로 기술과 교육 인프라를 공유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상반기 1기 연수생 모집에는 100명 모집에 230명이 몰려 정원을 120명으로 늘리기도 했다. 교육비를 전액 무료로 하고 훈련수당을 지급한 효과다. 올해 2기부터는 규모를 200명으로 늘리고 혜택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VR 도장 교육센터를 개소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등으로 잔업과 특근이 줄어들자 숙련공들이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갔다"라며 "대체 근무와 연장 근무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청년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각 조선사가 각종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까지 정부 정책은 인력 양성 인프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조선소 주변 정주 여건 개선 등을 위해 원청과 정부가 함께 공동 기금을 마련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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