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20℃ 이하 '극저온 진공상태' 구현
이 성능시험 거쳐야 우주망원경 발사 가능]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영하 220℃ 이하 '극저온 진공상태'를 구현하는 시험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독자 기술개발에 나선 지 3년 만이다. 이 장비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25년 4월 발사할 우주망원경 SPHEREx(스피어엑스)의 극저온 성능 검증에 쓰일 예정이다.
양유진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 장비는 망원경을 영하 220℃로 냉각했을 경우 제대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빛에 들어오는 파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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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엑스 망원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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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HEREx(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운영 상상도. / 사진=한국천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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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엑스는 102개 적외선 스펙트럼(Spectrum·분광)을 통해 전천(온 하늘)을 촬영하는 우주 망원경이다. 모든 은하는 열을 방출하는데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을 통해 천체의 빛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망원경은 2025년 4월 발사 후 임무기간 2년 6개월간 0.75~5.0μm 파장에서 온 하늘을 총 네 번, 102개의 색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약 20억개 천체들에 대한 개별 분광 자료를 획득할 전망이다.
이 망원경 개발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 주관으로 천문연과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등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공동 연구진은 방대한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우주의 3차원 공간 정보를 획득하고 우주의 기원과 행성의 역사 등을 탐구한다.
천문연이 이번에 개발한 장비는 극저온 진공장비다. 우주에서 적외선을 관측하려면 우주의 온도보다 한층 저온으로 냉각되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이 장비는 우주에서 겪을 영하 220℃ 이하 극저온 진공상태를 지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
앞으로 공동 연구진이 개발하는 망원경은 이 장비에서 극한환경을 견뎌야만 발사 조건을 갖추게 된다. 특히 망원경이 촬영하는 사진 속 초점이 제대로 맞춰지는지 검증하고, 사진의 각 부분에서 어떤 파장(색깔)이 보이는지 측정하는 역할도 한다.
필 콘거트 미국 칼텍 박사는 "극저온 상태에서 우주망원경의 초점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천문연의 진공장비가 스피어엑스 개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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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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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엑스는 지난해 12월 발사된 '인류의 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처럼 적외선을 통해 천체를 관측한다. 웹 망원경은 반사경 직경만 6.5m에 달하는 초거대 장비로, 지구에서 약 150~160만㎞ 떨어진 지점에서 천체를 촬영한다. 반면 스피어엑스의 높이는 2m 수준이고 지구 저궤도인 700㎞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공통점도 있지만 임무와 측정 범위는 모두 다르다.
양유진 책임연구원은 "스피어엑스가 광범위한 우주를 촬영해 '이 나무 너무 특이하다'고 찾으면 웹 망원경이 그 나무 하나를 초정밀 촬영한다고 보면 된다"며 "추후 스피어엑스로 발견한 천체를 웹 망원경, 거대마젤란 망원경 등을 활용해 후속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연은 내년 상반기 미국 칼텍에서 망원경의 광학 성능을 검증하는 검교정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번에 함께 개발한 망원경 정밀 로딩 장비, 보조 광학 장비 등도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PHEREx(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개발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 / 사진=한국천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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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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