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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수첩] 포뮬러 E의 막이 내린 후... '2023 서울 E-프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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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레이스 끝에 메르세데스-EQ의 스토펠 반도른이 '포뮬러 E 시즌 8'의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사진: 포뮬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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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과 14일, 서울 잠실 올림픽 경기장 일원을 무대로 펼쳐진 포뮬러 E, ‘서울 E-프리’가 막을 내렸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이후 대한민국에서 치러진 FIA 주관의 국제 대회일 뿐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 치러진 대회인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레이스 내적으로도 시즌 8의 최종 라운드, 그리고 현 세대의 레이스카인 ‘젠 2(Gen 2)’ 레이스카의 마지막 레이스라 더욱 의미가 컸다.

7월 말, 영국 런던에서 치러진 경기를 마치고 대한민국 서울을 찾은 포뮬러 E와 팀, 선수들은 장거리 여정의 일정 속에서도 대회 자체를 즐기며 ‘현장’을 찾은 관람객, 혹은 여러 채널을 통해 대회를 지켜본 이들에게 ‘멋진 레이스’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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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아르도 모르타라(로킷 벤츄리 레이싱)은 전날 리타이어를 설욕하는 완벽한 레이스로 16 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포뮬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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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진행된 15 라운드에서는 재규어 TCS 레이싱의 미치 에반스가, 일요일에 치러진 16 라운드에서는 로킷 벤츄리 레이싱의 에도아르도 모르타라가 우수한 주행을 앞세워 포디엄 정상에 올라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더불어 올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포인트를 쌓아 올린 메르세데스-EQ FE 팀과 스토펠 반도른이 팀 챔피언과 월드 챔피언 권좌에 오르며 포뮬러 E의 치열했던 여덟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레이스는 끝났고, 문제점 역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내년에도 서울 E-프리의 개최를 예고한 만큼 여러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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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프리 현장은 '반쪽의 성공'을 이뤄냈다. 사진: 포뮬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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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마니아도 쉽게 이해할 수 없던 티켓 가격

대한민국은 자동차 산업 강대국 사이에서도 모터스포츠 불모지로 불리는 곳 중 하나다. 그렇기에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치러지는 대회는 모터스포츠 관계자 및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기 좋은 소재다.

하지만 포뮬러 E 코리아 조직위에서 공개한 티켓의 가격은 절망에 가까웠다. VIP 및 상위 등급의 티켓인 로얄 피크, 프라임 티켓이 각각 50만원, 29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 곧바로 가격 논란이 일었고, 후술할 ‘Oe’ 어플리케이션 사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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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프리 티켓의 가격은 모터스포츠 마니아라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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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직위 측에서는 가격을 조정, 프라임을 19만 9,000원으로 조정했다. 이어서 3층 중앙석과 3층 에코, 3층 프렌들리 석 등은 각각 9만 9,000원으로 공지했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로얄 핑크’ 좌석 일부가 프라임 존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가격이 조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는 바로 직전 치러진 런던 E-프리의 가장 기본적인 티겟이 15파운드(한화 약 2만 3,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더불어 관람객 내의 최상위 티켓 역시 99파운드(한화 약 16만원)으로 ‘로얄 핑크’와 차이를 보인다.

참고로 런던 E-프리에서 다양한 권한을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일렉트릭 라운지’가 395파운드(한화 약 63만원)이다. 물론 그 이상의 이모션 라운지 및 노스 갤러리 스위트 등도 존재하지만 해당 티켓은 ‘일반 관람객’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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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가격의 정책, 미묘한 판매 정책 등 여러 문제는 '주경기장'의 한산함을 낳았다. 사진: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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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러한 티켓 가격에는 피트 워크, 그리드 워트 등의 이벤트는 포함되지 않았으니 FIA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팬들 입장에서는 ‘폭리’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차라리 해외 경기를 관람하고 오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참고로 다른 레이스 카테고리지만 포뮬러 E처럼 FIA가 주관하는 레이스 중 하나인 ‘WEC’의 경우 다음 달 일본 후지 경기의 상위 등급 입장권이 약 20만원으로 책정됐고, 패독 스탠드에서의 관람과 더불어 피트 워트, 사인 이벤트 등 대부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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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E는 분명 매력적인 레이스지만 대한민국의 대중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했다. 사진: 포뮬러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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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이 부족한 포뮬러 E와 조직위

가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포뮬러 E 측에서는 여러 해명을 했다.

포뮬러 E 측은 “서울에선 처음 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다른 해외 도시들과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가격대를 보다 다양화해 차등을 둔 좌석 운영하며 서울 페스타 관련 입장료까지 반영되었다”며 가격 상승을 설명했다.

즉, 서울 페스타에서 치러지는 콘서트 비용이 ‘포뮬러 E’의 티켓 값 안에 들어간 셈이다. 설명 자체는 명쾌한 부분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지출되는 ‘절대적인 비용’을 감안하고, 아직은 낯선 포뮬러 E라는 이벤트를 고려한다면 분명 설득력은 부족하다.

게다가 대회 후 진행된 콘서트가 수 많은 관람객 앞에서 펼쳐진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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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 E-빌리지는 친환경을 외치면서도 그 어떤 곳보다 플라스틱이 많은 공간이었다. 사진: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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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포뮬러 E 측은 티켓 가격 상승에 ‘알리안츠 E-빌리지’를 언급했다. 다른 대회는 알리안츠 E-빌리지 티켓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회의 알리안츠 E-빌리지의 티켓 가격은 약 2~3만원 수준, ‘가격 차이’를 설득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더불어 ‘알리안츠 E-빌리지가 과연 소비자들에게 티켓을 구매하고 출입할 공간의 가치가 있냐?’라는 질문이 더해진다.

서울 E-프리 대회장에 마련된 알리안츠 E-빌리지는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여러 기업들의 홍보관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구성됐다. 여기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고, 야외 관람 등이 가능한 공간 등이 준비되어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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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프리 알리안츠 E-빌리지에 자리를 잡은 DHL의 홍보 부스. 사진: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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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리안츠 E-빌리지’ 결국 브랜드 홍보의 장이었다. 타이틀 스폰서인 하나은행은 물론 포뮬러 E에 관련된 기업들이 각자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여기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각 전시관은 말 그대로 ‘자사 홍보’에 집중한 것이지 포뮬러 E 관람객들을 위한 행사와 이벤트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전시관에서 배포할 물품들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일요일에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완전한 헤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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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포르쉐가 서울 E-프리를 살렸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사진: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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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포뮬러 E에 출전 중인 자동차 기업 중 한 두 곳(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만이 E-빌리지를 마련한 점도 아쉬움의 대상이었다.

대회 개최까지 오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규어, DS 오토모빌의 참여를 이끌지 못한 셈이다. 물론 대회에 E-빌리지를 마련하는 건 브랜드의 선택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설득 및 협의’ 과정에서도 조직위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후문이 돈다.

더불어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 역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함을 토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구체적인 정보 및 업무 협력을 지원 받지 못했다”라며 “대회 직전까지도 여러 혼란이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일부 전시관은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해 행사의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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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은 서울 E-프리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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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어플리케이션, Oe의 등장

포뮬러 E 서울 E-프리 기간 동안 여러 논란과 의문의 중심에는 ‘Oe’ 어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포뮬러 E 코리아 조직위는 티켓 가격 공개와 함께 티켓 구매 방법을 Oe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상 이러한 이벤트가 개최될 때에는 공지 및 정보 등은 단독 플랫폼 및 자사의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더라도 ‘더 많은 관람객’의 유치를 위해 널리 알려진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만큼 Oe의 등장은 무척 이채로웠다.

게다가 Oe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개발하고 운영하는 주체사의 주소가 포뮬러 E 코리아와 같은 주소라는 것이 알려지며 ‘티켓 구매의 수수료’를 취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의혹을 받게 됐다.

해당 의혹에 대해서 포뮬러 E 코리아 측은 특별한 해명은 하지 않았다. 이후 포뮬러 E 코리아는 티켓 가격을 조정하고, 티켓 구매처도 Oe가 아닌 인터파크를 통해 진행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다만 Oe는 여기서 사라지지 않았다. 포뮬러 E 서울 E-프리 기간에도 일부 이벤트 운영 등을 홈페이지 및 공식 SNS 채널이 아닌 아닌 Oe를 통해 진행하려는 기현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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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무료 티켓의 배포는 '유료 관람객'을 허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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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뿌려진 무료 티켓

포뮬러 E 서울 E-프리의 티켓 가격, 그리고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운영은 여러 논란을 낳았고 ‘대회가 잘 치러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낳았다. 그런 와중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는 포뮬러 E에 대한 게시글이 올라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아파트 주민들에게 서울 E-프리 티켓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을 알리는 공고문이었고 가득 쌓인 포뮬러 E 서울 E-프리 티켓의 사진과 함께 ‘회사에서 티켓을 줬는데 이게 무슨 대회냐?’라는 내용 등이 담긴 게시글이었다. 진위를 떠나 포뮬러 E를 기대하던 팬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물론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하나은행, 혹은 대회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 등이 고객 및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관람권을 증정하는 경우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포뮬러 E 서울 E-프리와 같은 무분별한 무료 티켓 배포는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14일에는 대회장 인근에서 티켓을 무작위로 배포했다'는 제보가 있어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문제는 포뮬러 E, ‘2022 서울 E-프리’의 문제가 이것에 그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기자수첩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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