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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순호 경찰국장 ‘프락치 의혹’ 눈덩이…동문들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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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 김순호 경찰국장 출석

재학생 “부끄러운 성균관인…사퇴하라”

동문·민주화단체 “프락치 의혹 규명해야”

김 국장 교체 야당 지적에 이상민 장관 “검토해보겠다”


한겨레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18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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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출석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 중이던 18일 오전 11시, 성균관대 재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명륜동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동문 선배인 김 국장에게 ‘부끄러운 성균인상’을 시상하겠다며 “즉각 경찰국장을 사퇴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성대민주동문회 등이 김 국장의 ‘프락치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국장은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1980년대 후반 조직책으로 활동했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내무부(행안부 전신) 치안본부에 ‘대공특채’됐다는 프락치(끄나풀)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노회 활동을 접고 이들 단체를 수사하는 대공경찰로 곧바로 변신했던 김 국장을 신설 경찰국 책임자로 임명한 것을 두고, 성균관대 동문들과 야당은 “31년 전 폐지된 내무부 치안본부 부활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한다.

인노회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1988년 인노회 부천지역 핵심 간부였던 김 국장은 1989년 4월 갑작스레 잠적했다. 당시 인노회가 발행한 <인노회 탄압백서>를 보면, 1989년 1월부터 본격화한 치안본부의 인노회 수사는 안재환(회장)·신정길·이동진 연행(2월), 인노회 핵심 인물 최동 연행(4월)으로 이어졌다. 잠적했던 김 국장은 돌연 1989년 8월 ‘홍제동 대공분실’ 대공수사3부 경찰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 직후인 9월 최동씨가 구속됐다. 최씨는 고문 후유증을 겪다 이듬해 8월 숨졌다.

김 국장은 인노회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 “주사파 운동에 대한 회의 때문에 활동을 그만뒀을 뿐, 인노회 동료들이 구속되거나 수사에 영향을 끼칠 진술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국장과 함께 인노회 활동을 했던 이들은 “당시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내용도 경찰이 알고 있었다”며 그가 프락치 활동을 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경찰관(경찰대 1기)은 <한겨레>에 “대공수사를 담당하던 이들로부터 ‘김순호를 전향시켜서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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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중행동, 전대협동우회, 긴급조치사람들, 성대민주동문회 등 민주화운동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순호 경찰국장이 활동했던 인천부천노동자회 이성우 전 사무국장이 김 국장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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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에서는 김 국장이 전두환 정권의 프락치였다는 의혹을 두고 하루 종일 공방이 이어졌다. 김 국장은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인노회는 주사파 이적단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다. 이적단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인노회는 2020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재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자, 김 국장은 그제야 “오해가 있었다. 깊이 사죄한다. 그 당시 이적단체였다는 의미로 말했다”고 수정했다. “지금은 이적단체냐, 아니냐”는 질문에 김 국장은 “(대법원 판결 전) 27년여간 이적단체 판단을 유지한 것”이라고 했다. 법 집행기관인 경찰 주요 간부가 기존 사법부 판단이 잘못됐기 때문에 바로잡는다는 재심 의미를 자기 식대로 해석한 것이다.

김 국장이 인노회 활동을 관둔 직후인 1989년 7월 당시 인노회 수사 담당자였던 내무부 치안본부 대공3부 홍승상 경감을 직접 찾아갔다는 것도 프락치 의혹을 키운다. 이때 홍 경감이 김 국장에게 대공특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한다. 김 국장은 이날 국회에서 “(홍 전 경감과) 5년간 같이 일했다”면서도 “특채에 도움을 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서울 홍제동 대공3분실은 그냥 갈 수 없다. 안대를 하고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가는 곳인데, 어떻게 자기 발로 찾아갔느냐”(이해식 민주당 의원)는 추궁에 김 국장은 답하지 못했다. 홍 전 경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한 경찰관 중 한명으로 지목되는 인사다. 김 국장은 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평생 헌신하신 분”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홍 전 경감을 만나 김 국장에 대해 물었지만 고령에 투병 중인 그는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밀정’ 의혹이 제기된 김 국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야당 지적에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김 국장과 함께 활동했던 대학 동문들은 그가 20대 초반이던 1983년 11월 강제징집된 뒤부터 밀고가 시작됐을 거라고 의심한다. 김 국장은 당시 보안사령부가 학생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을 군에 강제징집한 뒤 고문·협박 등을 통해 프락치로 활용했던 ‘녹화사업’ 대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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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균관대 출신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부끄러운 성균인상 수여식을 진행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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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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