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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혁신 내세웠지만 별차이 없어…성장성 의심받는 카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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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카카오뱅크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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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초기 투자자이자 주요 주주였던 KB국민은행이 3% 지분 매각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아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고, 경기 침체 리스크가 높아지자 카카오뱅크 지분을 팔아 자기자본비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작년 9월 우정사업본부에 이어 이번에 국민은행까지 굵직한 기관투자자들이 잇달아 지분을 매각하자 카카오뱅크 주가는 사상 최저가 수준으로 급락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날보다 8.2% 떨어진 2만86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2만7150원까지 급락하며 상장 이래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8월 6일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으로 결정된 공모가(3만9000원) 대비 30.38% 하락한 가격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8월 18일(9만4400원)에 비하면 71.24%나 떨어지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주식 1480만주에 대해 전날 종가 대비 8% 할인을 적용한 2만8704원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진행하면서 주가 급락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록딜은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 외 거래로 처리하는 매매 방식이다. 일정 규모의 디스카운트율(주가 할인율)이 적용돼 통상적으로는 주가에 악재로 인식된다.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6월 30일 기준 8%로 총 3809만7959주를 보유했다. 그러나 이번 블록딜을 통해 지분율이 4.9%로 떨어지면서 국민은행은 각종 공시의무에서 자유로워졌다. 5% 이상 주요 주주의 움직임은 모두 공시된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민은행의 지분 매각은 지금까지 지분 보유에 대한 공고한 입장을 뒤집은 것이어서 남은 지분도 언제든 처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며 "수급 측면에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 보유 이유에 대해 중장기적인 기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장기 보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 예상과 코로나19 관련 각종 부채 탕감 정책 등 금융 리스크가 높아지자 국민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당장 매각 가능한 자산인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 회계상 카카오뱅크 지분은 매도 가능 자산으로 기타포괄손익으로 잡혀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락하면서 올 2분기 국민은행의 기타포괄순익 누계액은 2067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7.4%로, 3월 말(17.7%)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순익과 자기자본비율 상승을 위해 카카오뱅크 지분을 팔아 급한 불을 끄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2016년 카카오뱅크 지분을 100억원에 매입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1993억원을 추가로 투입한 바 있다.

이 은행은 이번 블록딜로 지분을 5% 이하로 낮췄지만 남은 지분은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뱅이 출범 초기 금융 혁신을 내걸었지만 전통 은행보다 나은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인터넷은행인 카뱅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경쟁자를 키우는 모양새여서 우려감이 컸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플랫폼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실적이 꺾이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570억원으로 직전 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3%. 17.7% 감소했다.

시장에선 올해 2분기 카카오뱅크가 7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플랫폼 수익 감소와 판관비 등의 비용이 늘면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에 유일한 금융 플랫폼 기업이라는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실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사용자는 2000만명을 눈앞에 뒀지만 이미 실적은 꺾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상장 직전에도 카카오뱅크 실적과 관련해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지만 실제로 거둬들인 수익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일례로 지난해 8월 4일 키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가 그해 35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1000억여 원 적은 256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순이익 역시 2721억원을 예상했지만 2041억원을 기록하며 예상치에 못 미쳤다. 실적 실망감은 국민은행과 같은 초기 투자자 매도와 함께 외국인의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월 1일 이후 8월 19일까지 2479억원어치의 카카오뱅크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 같은 기관과 외국인 매도는 카카오뱅크의 주가 고평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6배에 달하는 반면, 단순 금융거래 업무와 증권, 보험 등으로 사업이 다각화된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PBR는 모두 1배가 채 되지 않는다. PBR가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각종 악재까지 터지면서 카카오뱅크의 앞날이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금융당국이 법적으로 간편송금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카카오뱅크 주가는 3.7% 하락한 바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카카오톡 송금하기 서비스가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는 선불 충전을 이용한 송금·이체를 금지하고 은행 계좌 간 송금·이체만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상대방 계좌를 몰라도 편하게 송금·이체할 수 있는 간편송금은 금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일호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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