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 물량이 급증한 것은 전날인 18일 장 마감 후 진행된 KB국민은행의 블록딜(시간 외 거래) 때문으로 보인다. 보통 블록딜은 블록딜이 진행되는 날 장 마감 후 기관 수요조사 등을 거쳐 다음 날 장 시작 전 모든 거래가 마무리된다. 18일 장 마감 후 진행된 블록딜은 19일 통계로 집계된다. 카뱅의 주요 주주인 KB국민은행은 1주당 2만8700원 가량에 블록딜을 진행했는데 외국인은 이 가격이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본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 기존 주주가 주식을 추가로 매도할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카카오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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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외국인은 카카오뱅크 주식을 749만9400주 순매수했다. 금액으로는 2168억8300만원어치다. 카카오뱅크는 외국인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이날 순매수 2위인 SK하이닉스(62만6600주‧606억8000만원)보다 3배 이상 더 많이 매수한 것이다.
이날 카뱅의 주가는 장 초반 13% 가까이 급락하며 2만7150원까지 밀렸다.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이다. 종가도 전 거래일보다 2550원(8.17%) 내린 2만8650원을 기록했다.
카뱅의 주가는 전날인 지난 18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전 거래일보다 3.7% 하락한 3만120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날 카뱅 주가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카카오톡 송금하기 등 간편 송금을 금지하려는 정부의 방침이 시장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검토하며 이런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했다. 이런 법안이 실행되면 카뱅 등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날 장 마감 후 주요 주주인 KB국민은행도 블록딜로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블록딜을 통해 카카오뱅크 주식 약 3800만주 중 1476만주를 주당 2만8704원에 매도했다. 금액으로는 4236억원 규모다. KB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8.0%에서 4.9%로 낮아졌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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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블록딜로 나온 카뱅 주식을 저가에 매수했지만, 시장에서는 카뱅에 대한 공매도가 쌓여가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후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다시 주식을 사들여 빌린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이 공매도 투자 대상이 된다.
19일 카카오뱅크는 90만주 넘게 공매도 됐다. 이날 카뱅의 공매도 규모는 93만1360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중 공매도량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평균 공매도 가격은 2만8325원으로 이날 종가인 2만8650원보다 1.14%(325원) 낮은 수준이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물량) 우려도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아직 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3.2%), 국민연금(5.66%) 등도 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블록딜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오버행 이슈 때문에 주가가 단기간 크게 하락했다”면서 “앞으로 전자금융법 개정 등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를 지켜봐야 카뱅의 주가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가 발표한 2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카뱅의 2분기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고 전분기보다는 15.9%줄었다. 2분기 순이익도 5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7%, 전분기보다 14.7% 줄었다. 시장 전망치보다 30% 가량 낮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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