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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 9장 유서엔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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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기 너무 힘듭니다’. 지난 21일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둘째 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의 일부다. 9장의 글에는 난소암을 투병 중인 어머니와 경련이 잦은 희소병을 앓던 40대 큰딸의 고단한 삶이 담겼다고 한다.

인근 주민 등에 따르면 둘째 딸이 가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빚을 남기고 사망한 뒤 세 모녀는 이 집에서 2년 넘게 전입신고도 못 한 채 살았다. 12평에 방 2칸인 집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2만원. 집주인 측은 세 모녀로부터 “병원비 문제로 월세 납부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 죄송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2014년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송파구 사건 이후 공과금을 3개월 이상 체납하면 관련 정보가 관할 구청에 통보되도록 했다. 그러나 수원 세 모녀의 경우 공과금 체납 사실을 파악하고도 관할 지자체가 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전입신고만 됐어도 상황에 따라 긴급생계지원비 120만원 등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 모녀의 주소지인 화성시 측은 건강보험료 체납 사실을 통보받고 지난 3일 주소지를 찾아갔지만, 그곳에 살지 않아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21일 “문이 잠긴 세입자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건물주 신고로 세 모녀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최소 열흘은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날이 무더워 부패 정도가 심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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