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계대출 금리-저축성수신 금리)는 평균 1.37%포인트다. 전달(1.82%포인트)보다 많이 내렸다. ‘이자장사 1위’ 오명을 피하기 위해 은행들이 수신금리(예금금리)를 빠르게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예대금리차는 예금금리에서 대출금리를 뺀 차이로, 은행권 ‘이자장사’의 핵심 지표다. 과거에는 각 은행의 홈페이지에만 예대금리차를 공시해 소비자가 찾아보기가 불편했다. 이번 정책으로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19개 전체 은행의 지표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됐다. 공시 주기도 석 달에서 매달로 줄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7월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은 곳은 전북은행으로 차이는 6.33%포인트였다. 그다음은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로 5.6% 포인트를 기록했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신한은행(1.62%포인트)으로 차이가 가장 컸다.
은행별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1.4%포인트, KB국민은행 1.38%포인트, 하나은행 1.04%포인트였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케이뱅크 2.46%포인트, 카카오뱅크 2.33%포인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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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가 큰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은행은 “금융취약계층에 대출을 지원하다 보니 대출 금리가 높아졌다”고 항변했다.
전북은행 측은 “2금융권으로 흘러갈 중·저신용자들을 폭넓게 지원하다 보니 대출금리가 높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빚어졌다”며 “외국인 등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영업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행은 올해 초 은행권에서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을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전북은행의 외국인 대출은 최고 연 15%로 금리가 상당히 높다.
신한은행도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등 서민지원대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며 “저신용 및 중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서민지원대출금액은 신한은행(9751억원)이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6660억원)과 KB국민은행(5946억원), 하나은행(5485억원) 순이다.
토스뱅크 역시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은 약 38%로(7월 말 기준) 모든 은행 중 가장 높고, 6월 말 공시 기준 타 인터넷은행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높다 보니 대출 금리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기를 끌었던 ‘2% 파킹 통장’이 수시입출금통장으로 분류돼 예금 상품에서 배제되면서 예대금리차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시 ‘부작용’도 우려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대금리차를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저신용 차주(대출자)의 대출을 줄이는 것”이라며 “예대금리차로만 은행을 압박하면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문턱만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대출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생긴 손실을 기업대출 쪽에서 메우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들이 현재의 예대금리차가 과도한 지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고, 제어하는 효과는 분명 있다”며 “다만 저신용 차주를 제외하고 예대금리차를 산출하거나 평균 차주 등급을 정해 비교하는 등 개선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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