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32원짜리 컵 뚜껑이 던킨에선 66원?…‘뚜껑 열린’ 점주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컵·유산지 등 공급가, 계열사인 파리바게뜨의 2배

물품대금 카드결제 금지…“현금으로 내라” 강요

가맹계약 시 인근 아닌 매출 높은 점포 정보 제공


한겨레

도넛으로 유명한 에스피시(SPC) 던킨 매장 모습. 에스피시 던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스피시(SPC)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비싼 값에 필수물품 구입을 강제하고, 납품 대금을 현금으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스피시 쪽은 “본사가 공급하는 필수물품 가격을 시중가나 다른 계열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발생한 안양 공장 위생문제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의 착취 행태로 매해 수익이 하락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에스피시 던킨은 전국에 600여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28일 던킨 가맹점주들의 말을 종합하면, 던킨 본사는 아메리카노 컵 뚜껑과 트레이 종이(유산지) 등을 시중가보다 2배 비싸게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일부 물품은 에스피시의 다른 프랜차이즈 계열사 파리바게뜨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비싼 값에 공급되고 있다. 아메리카노 컵 뚜껑(상품명 핫컵리드) 시중 판매가는 32원인데 본사 공급가는 2배가 넘는 66원에 달하고, 쟁반에 까는 종이인 트레이 종이 시중가는 장당 10원이지만 본사 공급가는 2배인 20원에 이르는 식이다.

한겨레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스피씨(SPC)그룹 빌딩 모습.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던킨 본사가 공급하는 일회용 물품들은 에스피시의 다른 계열사 파리바게뜨와 비교해도 훨씬 더 비싸다. 레귤러 사이즈(16온스) 플라스틱 아이스컵의 경우, 던킨 본사의 가맹점 공급가는 160.6원인데 비해 파리바게뜨 공급가는 93.5원이다. 레귤러 사이즈 핫 종이컵도 던킨은 203.5원인데 견줘 파리바게뜨는 110원에 불과하다. 종이컵용 컵 뚜껑 역시 던킨은 65원이지만, 파리바게뜨는 24.75~27원이다.

던킨 본사는 1천만원짜리 오븐을 필수 물품으로 정해 가맹점주들에게 구매를 강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오븐 가격이 500만원 정도이며, 권유 품목으로 정해 점주가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대비된다.

던킨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이아무개씨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환경부의 ‘일회용 컵보증금 제도’ 실시를 앞두고 다른 프랜차이즈 가격을 조사하며 알게 됐다”며 “컵과 컵 뚜껑이 거기서 거기인데, 같은 계열사인 파리바게뜨의 2~3배나 되는 게 말이 되냐. 결국 소비자가에 반영돼 소비자가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던킨은 또한 본사 공급 물품대금을 현금으로만 결제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프랜차이즈 표준가맹계약서는 ‘납품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경우 이를 거절하거나 현금 결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09년 제너시스 비비큐(bbq)가 물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강제한 약관 조항에 대해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해 삭제·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던킨 가맹점주 송아무개씨는 “요즘엔 껌 한 통을 사도 카드결제가 가능한데, 본사의 처사가 납득이 안 된다”며 “카드 할부·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매달 현금을 준비해야 하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겨레

사업설명회 사전 예약 공지가 올라와 있는 던킨 공식 누리집.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던킨 본사는 가맹점 계약을 체결할 때 제공해야 하는 ‘인근 가맹점 현황 문서’ 제공 의무를 위반한 정황도 있다. ‘인근 가맹점 현황 문서’는 해당 광역지자체에 있는 10곳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비슷한 상권이 아닌 매출과 이익이 높은 먼 지역의 가맹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새로 가맹점을 계약하는 점주가 매출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한다”고 점주들은 주장했다. 충남에 가맹점을 계약한 한 점주의 경우, 인근에 던킨 매장이 많이 있는데도 본사는 24~25㎞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 안 점포의 정보를 제공했고, 또 다른 점주에게는 49~56㎞ 거리에 있는 휴게소 안 점포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휴게소는 일반 상권에 견줘 매출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본사의 ‘갑질’ 탓에 수익이 매년 하락 중이라고 가맹점주들은 주장한다. 2008년 던킨 가맹점들의 연평균 매출액은 4억여원이었으나, 2014년 2억9천여만원으로 떨어졌고, 2020년엔 2억6800여만원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인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던킨 사례는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행태를 모아놓은 축소판과 같다. 같은 계열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에 견줘 가맹점주협의회 가입자가 적고 단일화되지 않아 협상력이 약한 탓으로 보인다”며 “지난 2~3월 공정위에 부당행위와 불공정 약관으로 고발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데, 공정위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에스피시 본사 관계자는 “여신금융법상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소비자의 소액 결제를 전제한 것으로, 거래 금액이 큰 사업자 간 거래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결제가 며칠 늦어도 본사가 패널티를 부여하지 않지만, 신용카드 사용 시엔 연체될 경우 점주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븐의 경우, 핫밀 샌드위치 제품군과 매장 내 조리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로 프랜차이즈의 통일성을 위한 필수품목인데, 점주가 원하는 품목만 선택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파리바게뜨보다 2배 이상 비싼 일부 필수품목에 대해서는 “각 프랜차이즈마다 정책 차이가 있어 단순히 개별적인 원재료 비교보다 최종 제품에 대한 가맹점 마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던킨은 가맹점주협의회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상생하고 있으며, 일부 점주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기자들이 직접 보내는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동물 사랑? 애니멀피플을 빼놓곤 말할 수 없죠▶▶주말에도 당신과 함께, 한겨레 S-레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