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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아이셋 엄마·쿠팡맨도 택한 '타다'…넥스트는 '법인택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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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판교통신]승객 이동경험 바꾼 '타다'…시즌2는 기사 근무환경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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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편안한이동 대표. /사진=VC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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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회사 같지 않은 택시회사를 만들겠습니다."

최규호 편안한이동 대표(36)는 최근 서울 중랑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편안한이동은 '타다' 운영사인 VCNC의 직영 운수사로 총 80대 면허를 확보했다. 과도한 기준운송수입금(기준금)과 하루 12시간의 장시간 근무, 적은 수입으로 기피 대상이 된 법인택시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포부다.

2018년 '타다 베이직'이 승객의 이동 경험을 뒤바꿨다면 편안한이동은 올해 '타다 넥스트'로 기사의 근무환경 개선에 주력한다. 기존 법인택시 회사가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사를 '파트너'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생경한 풍경이다.

차 1대에 기사 2명을 배정해 12시간씩 총 24시간을 운행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1인 1차를 배정, 피크타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근무하게 했다. 일반적으로 택시는 새벽 4시·오후4시에 교대하는데, 피크시간을 제외한 새벽엔 대부분 '빈 차'여서 기사 피로도만 커진다. 타다는 월급제 개념의 전액관리제 선택 시 오전·심야 피크타임에 4시간씩 총 8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비효율적인 빈 차 운행을 최소화했다.


택시기사는 영업사원 "돈 버는 법, 회사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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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베이직' 때부터 함께한 그룹리더(GL) 정재학 파트너. /사진=VC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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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기사 영입에 애를 먹는 기존 회사와 달리, 편안한이동은 파트너의 90%가 택시 경력 3개월 미만이다. "돈 버는 방법은 회사가 알려주겠다"는 최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파트너는 택시기사가 아니라 영업사원"이라며 "단톡방에 수요가 많은 지역과 매출 상위권 파트너의 운행 경로 등을 시각화 데이터로 공유하며 짧은 시간 내 효율을 올릴 방법을 코칭한다. 덕분에 신입 중에도 매출 상위권인 분이 많다"고 소개했다.

입사동기를 만들어주거나 그룹제를 운용, 자칫 '모래알'이 될 수 있는 파트너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든 것도 법인택시 업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문화다. 베테랑 그룹리더(GL)가 10여명의 그룹원에 노하우를 전수해 신규 파트너의 연착륙을 돕는다. 최 대표는 "택시는 혼자만의 장시간 싸움이지만, 차고지에서라도 동기·팀원과 터놓고 얘기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트너 이탈률은 3%에 불과하다.

세 아이의 엄마인 30대 파트너 김선미씨는 "사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육아와 병행할 수 있어 선택했다"며 "아침에 근무한 후 낮에는 아이들의 등·하원을 챙기고 저녁에 다시 출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차지만 1인 1차가 배정되니 내 차처럼 애정을 담아 관리한다. 승객들도 '타다는 늘 깨끗하다'고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쿠팡맨'이었던 박찬웅씨는 먼저 타다 파트너로 활동하던 어머니의 권유로 전직했다. 그는 "자동차 영업을 하며 택시 운수사를 많이 다녔지만 대부분 삭막한데, 편안한이동은 직원들도 젊고 소통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파트너들은 법인택시 대비 10% 낮은 기준금,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강점으로 꼽는다. 법인택시 기사는 회사에 기준금을 내고 남은 수익을 회사와 6대4로 나누는데, 기준금이 줄수록 기사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다른 운수사에서 일했던 40대 파트너 정재학씨는 "기준금이 확실히 낮아 부담이 덜하다. 또 노력에 대한 보상은 인센티브로 따라 온다"고 강조했다.


"타다는 마지막선택 아닌 좋은선택"…대기만 1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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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정재학 타다 파트너(왼쪽부터). /사진=VC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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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이동은 올 초 사업을 시작한 후 약 7개월 만에 94% 가동률을 달성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법인택시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입사 대기 인원만 150명이 넘는다. 최 대표는 규모의 경제를 목표로 섣불리 직영 규모를 늘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오히려 편안한이동 사업모델이 업계 전체로 확산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법인택시 대상 컨설턴트와 실무진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기사뿐 아니라 회사도 잘 벌어야' 업계를 바꿀 수 있다. 이에 편안한이동은 같은 기름을 넣었을 때 얼마를 벌었는지를 나타내는 '리터당 매출'을 극대화해 내년 흑자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승합차는 일반 중형차 대비 연비가 떨어지지만, 타다의 리터당 매출은 중형택시(3000~4000원)의 2배 수준이다. 대형 택시는 최대 4배의 탄력요금제가 적용돼서다. 최 대표는 "얼마를 벌든 기름을 적게 쓰면 칭찬하는 주먹구구식 경영이 변화해야 할 때"라며 "파트너에게 효율적 운행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쯤 되면 편안한이동은 택시회사가 아니라 택시공급 시장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에 가깝다. 최 대표는 "현행법상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라 항공기와 같은 고급 교통수단인데, 기사 처우나 사회적 인식은 그렇지 않다"라며 "한 지원자가 '택시는 인생의 마지막 선택'이라고 얘기했는데, 끝이 아니라 시작인 직장을 만들고 싶다. 법인택시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코치이자 멘토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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