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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직장인 김 모씨(38)는 2억원짜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로 올랐다는 문자를 받고 화들짝 놀라 비대면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다. 2년 전 3%대로 받았던 대출 금리를 낮추고자 김씨는 올해 소득 증가와 신용대출 상환을 이유로 은행에 요구권을 신청한 것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김씨와 같은 금융소비자가 취직, 승진, 소득 증가 등을 근거로 금리를 낮춰달라고 은행 등 금융사에 요구하는 권리다.
하지만 김씨가 은행으로부터 받은 문자는 '귀하의 대출상품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당행 내부 신용등급이 개선되지 않아 금리가 유지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처럼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는 다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권 전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88만8618건이다. 이 가운데 약 22만797건이 받아들여져 수용률은 24.8%였고, 이를 통한 이자 감면 금액은 728억원이다. 요구권 신청 10건 중 8건은 은행들이 자체 신용등급 산정 시스템에 따라 금리 인하를 거부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급등하며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 등 금융사들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인 금리인하요구권 거절 관행이 이어지자 이날부터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을 비교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올 상반기 은행권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를 전체 신청 건수로 나눈 요구권 수용률(가계대출 기준)에선 NH농협은행이 60.5%에 달해 가장 높았다. 그 뒤로 우리은행(46.1%), KB국민은행(37.9%), 하나은행(32.3%), 신한은행(29%) 순으로 나왔다.
비율이 아닌 절대적인 수용 건수로 보면 신한은행이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의 요구권 수용 건수는 3만2218건에 달해 농협(4980건)에 비해 6배가 넘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해 이자를 감면해준 금액도 신한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신청이 가능한 것은 물론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전산화해 고객이 신청한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일부 고객이 수십 번 신청을 반복하는 현상 등으로 수용률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실제 금리 인하가 이뤄진 건수·액수 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 중에선 전북은행(38.7%), BNK경남은행(37.9%), DGB대구은행(37.2%) 등이 수용률이 높은 은행 '톱3'였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17.9%로 가장 낮았고 카카오뱅크는 19%, 케이뱅크는 24.6%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평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40.3%로, 은행보다 나았다.
카드사 중 금리인하요구권을 가장 많이 수용한 회사는 신한카드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접수된 6542건 중 대출 4705건에 대한 금리를 인하했다. 수용률은 71.92%다. 우리카드(62.16%) 역시 신청 건수의 절반 이상을 수용했다. 수용률이 가장 낮은 카드사는 BC카드(11.92%)였다.
보험사들 역시 올 상반기 금리 인하 신청 건수 중 37.9%를 수용했다. 이를 통해 깎아준 이자 금액은 6억3000만원이다. 삼성화재가 수용률 71.8%에 달해 보험사 중 톱이었다. 미래에셋생명(56.74%)이 절반 이상의 신청을 받아들였고 흥국화재(49.20%), 한화손해보험(48.10%), 삼성생명(46.38%), 현대해상(45.80%), KB손해보험(45.80%) 등도 40% 이상을 수용했다.
다만 업계에선 금리인하 수용률을 기준으로 금융사를 선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거나 과도한 신청이 몰리는 대형 금융사는 수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으니 수용 건수와 이자 감면액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일호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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