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대비에 도발보단 비난전 집중 전망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정책브리핑실에서 이광연 예보분석관이 태풍 경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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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북한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태풍에 대비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핵·미사일 도발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위협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말로는 1일 끝난 한미연합군사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를 놓고 대남 비난전에 열을 올리며 기선제압에 주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태풍 11호가 시시각각 닥쳐오고 있는데 맞게 각급 비상재해 위기대응 지휘조들에서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면서 폭우와 센바람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작전과 지휘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수력·화력발전소 등 구조물 점검 보수 △탄광 옹벽 상태 확인 △철길 안전상태 유지 등 각 부문별로 피해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을 재차 방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앞서 2일 기상수문국(기상청에 해당)을 인용, "(4~7일) 전반적 지역에서 강한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2020년 태풍 '바비'와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까지 연달아 몰아치며 농사 작황 등에 큰 피해를 입혔던 터라 북한 당국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이달 초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7일 최고인민회의, 9일 정권수립기념일 등 줄지어 예정된 북한 주요 정치일정과 맞물린 도발 시나리오다. 한미훈련에 밀려 지난 2주간 수세에 처했던 만큼 분위기를 반전시킬 시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태풍 피해와 사후 복구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시점에서 무리하게 고강도 도발에 나서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한 비난전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침략전쟁연습",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위험한 불장난"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한미훈련을 비난한 연구보고서를 실었다.
북한은 당분간 이 같은 대응수준을 유지하면서 최적의 도발 시점을 저울질할 전망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남측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반드시 맞받아쳐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태풍 변수까지 겹쳐 북한은 기술적으로도 운신의 폭이 좁다"며 "이달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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