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은행 예대차 공시 얼마나 문제 많길래…한달도 안돼 손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2일 은행권에 강제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한 달도 안 돼 손보기로 했다.

은행들이 '햇살론' 등 저소득 서민에게 공급하는 대출을 많이 취급할수록 '이자 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불만을 제기해 당국이 이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공시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여 예대금리차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대금리차 공시에 참여 중인 시중은행의 대출 실무 담당자들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전북은행, 인터넷은행 2곳 등이 참여했다. 이들을 포함한 은행 19곳은 지난달 22일 오전 11시부터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예대금리차를 낱낱이 공개했다. 이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 공약인 예대금리차 정기 공시를 은행권과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현한 것이다.

2일 회의에서 은행들은 햇살론 금리가 예대금리차를 계산할 때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햇살론은 소득과 신용이 낮아 정상적으로 금융권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을 바탕으로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현재 햇살론 금리는 15.9%로, 한 자릿수인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를 크게 웃돈다. 은행들이 고금리 햇살론을 많이 실행하면 해당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착시와 왜곡을 막기 위해 은행권과 금융당국, 은행연합회는 햇살론을 뺀 예대금리차와 빼지 않은 예대금리차를 모두 공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햇살론 금리 15.9% 가운데 11.9%는 사실상 금리라기보다 보증료인데도, 예대금리차 공시 중 대출금리에 반영돼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는 것처럼 보인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면서 "당국은 햇살론 등 서민 금융이 줄어선 안 된다며 제도 개편과 관련해 은행권과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서민 금융 지원이라는 대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이번 공시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은행들은 '평균의 함정' 문제도 제기했다.

공시에서 예대금리차는 해당 월의 평균 대출금리에서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고금리 대출이 많거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 늘면 예대금리차가 커진다.

은행 입장에선 예대금리차가 작을수록 당국의 '이자 장사'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고소득·고신용자와 주택담보대출을 위주로 대출을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금리 상승기에도 은행들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변동금리를 대출자에게 권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은 고정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공시에서 예대금리차를 줄일 수 있어 대출자(차주)에게 이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빌리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새 공시제도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공시는 은행별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가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구간별로 제공되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체 평가한 신용등급과 우대금리 등에 따라 정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시 금리는 현실 금리와 동떨어진 데다 지난달 수치여서 실제 차주가 적용받는 금리는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소비자가 취직·승진·소득 증가 등을 이유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