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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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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임라이트]"넷플릭스 독점 시대 끝나…한국에 또 다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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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타인먼 워너브라더스 포맷 개발 파트 부사장

콘진원 국제방송영상콘텐츠마켓 참석 "한국 콘텐츠 아이디어에 매료"

경기 침체에 OTT 제작 편수 줄어…맞춤형 제작, 韓 콘텐츠에 기회

"OTT, 경쟁사와 협업 모색해야…美 조지아주처럼 세제 혜택 필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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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타인먼 워너브라더스 포맷 개발 파트 부사장은 일찍이 한국 콘텐츠의 성장을 예견했다. 지난 5년간 흥행작을 줄줄 욀 만큼 관심이 많다. 성공 가능성은 많은 작품을 만들면서도 일정한 만듦새를 유지하는 힘에서 감지했다. 독창적인 설정과 아이디어, 공통분모가 많은 서사와 스타일에 매료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해 지금도 인기를 얻은 콘텐츠라면 빠짐없이 챙겨본다.

그런 그가 ‘국제방송영상콘텐츠마켓(BCWW)’을 놓칠 리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방송영상마켓이다. 올해도 서른네 나라 기업 183곳과 바이어 688명이 참여해 4700만달러(약 644억원) 상당의 IP를 거래했다. 스타인먼 부사장은 ‘복면가왕’,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이을 포맷 기대작을 물색하는 데 집중했다.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이고 현지화해 또 다른 성공 모델을 창출하고자 한다.

국내 기업 부스를 둘러본 그는 "한국 콘텐츠가 예전에는 고려하지 않았을 주제를 다루며 전 세계 시청자와 공감 폭을 넓히고 있다"며 "더 크게 주목받을 방법을 터득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시대정신이 반영된 강력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저예산으로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이제는 세계 대형 제작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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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BroadCast WorldWide) 2022’에서 시민들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관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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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스타인먼 부사장과 일문일답

-지난해 한국 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기념비적 성과를 냈다. 올 상반기에도 흐름이 유지됐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드라마, 음악,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구매에 열을 올렸고. 몇몇 드라마와 예능은 북미에서 현지 유명 콘텐츠보다 경쟁력이 더 높게 평가된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표적인 예다. 뒤늦게 인기를 얻더니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비견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에 가장 눈여겨본 한국 콘텐츠는 무엇인가.
"드라마는 ‘우영우’와 SBS ‘모범택시’, 예능은 CJ ENM ‘마이 보이프렌드 이즈 베러’다. ‘우영우’는 KBS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ABC ‘굿 닥터’와 흥행 요인이 거의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신드롬 등 장애를 다루는 손길에 인간 존중의 정신이 깔려 있다. 주인공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며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도 따뜻한 감동을 전달하고. 수많은 장벽을 뛰어넘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모범택시’는 일상적 이야기의 틀 위에서 괴롭힘, 보이스피싱 등 현실적 문제를 훌륭하게 다룬다. ‘마이 보이프렌드 이즈 베러’는 ABC 데이트 예능 ‘베첼러(Bachelor)’의 제작자로서 흥미롭게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한국 콘텐츠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주목하는 드라마는 KBS ‘동백꽃 필 무렵’과 ‘닥터 프리즈너’다. 워너브라더스는 미국, 프랑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제작사 스물두 곳을 운영한다. 어떤 나라에서 리메이크하면 흥행할지 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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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BroadCast WorldWide) 2022’에서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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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다. 저비용 고효율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는 없을까.
"세계 경기가 계속 침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각종 봉쇄 조치까지 더해져 저비용 콘텐츠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나스닥에서 OTT나 관련 주식의 가치도 많이 떨어졌다. 넷플릭스 같은 대형 OTT부터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편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어떤 콘텐츠가 주효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며 맞춤형으로 제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드라마 등을 메이저 방송사를 통해 송출하는 방향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한국 콘텐츠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글로벌 OTT가 더 많은 콘텐츠에 눈독을 들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형태는 제작비 전액 지원이나 공동 제작보다 ‘우영우’처럼 방영권 구매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 한국 제작사들은 반가울 것이다. 넷플릭스로 세계적 인기를 얻으면서 지적재산(IP)을 확보한 에이스토리를 모범 사례로 생각할 테니까."

-실제로 지난해 한국 콘텐츠 시장의 화두는 IP 확보였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IP를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솔직히 왜 논쟁으로 불거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IP를 확보한 건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서다.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는 애초 넷플릭스를 1순위로 두지 않았다. 여러 방송사 문을 두들겼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찾아간 곳이 넷플릭스였다. IP 등의 권리 배분에 약간의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들었으니 IP를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덕에 누린 제작, 홍보, 마케팅 등의 지원이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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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BCWW(BroadCast WorldWide) 2022’에서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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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OTT 특화콘텐츠 제작 지원에 올해보다 338억원 많은 454억원을 지원한다. 국내 제작사와 OTT의 동반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예상하나.
"국내 1차 방영 의무화와 IP 확보로 내실을 다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 많은 콘텐츠를 양산해 세계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북미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TBS 같은 방송사를 많이 지원한다. 여건과 환경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드라마, 예능 등의 경쟁력이 강한 한국에선 OTT 지원이 더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사실 콘텐츠 활성화에 가장 필요한 지원은 세제 혜택이다. 미국의 경우 조지아주,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이 제작사를 끌어오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한국에도 분명 필요하다."

-한국 드라마의 세계화는 여전히 넷플릭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물론이다. 넷플릭스가 OTT 업계를 장악하던 시대는 지났다. 거대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해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OTT인 티빙도 파라마운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고. HBO맥스 등 다양한 OTT와 협력한다면 입지를 더 넓힐 수 있다. 앞으로 OTT 간 협력은 불가피해질 거다. 특정 OTT가 1년에 120억달러(16조4640억원)를 지출하던 시절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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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와 JTBC ‘스카이 캐슬’ 리메이크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어떤 점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포맷 아이디어가 신선해 호주와 네덜란드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카이 캐슬’은 대학 입시 문제에 담긴 빈익빈 부익부, 계층 간 위화감, 명예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 한국 제작자들은 가족, 사랑, 고령화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잘 풀어낸다. 최근 가장 몰입해서 본 프로그램은 KBS ‘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다. 경증 치매인이 주문받고 서빙하는 음식점을 통해 치매 판정 뒤의 삶도 충분히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기회가 된다면 리메이크하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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