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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北김정은 "절대 먼저 핵포기 없다" 선제적 核사용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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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김정은.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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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일 미국의 대북정책이 '정권 붕괴'를 겨냥하고 있다며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비핵화란 없다"고 선언했다.

이날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선제적·공세적 핵무기 정책을 법제화하고 대북 제재·압박에도 불구하고 핵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9일 북한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이같은 의지를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만 5000여 자에 이르는 이번 연설 전반부의 상당 부분을 핵무력 관련 내용으로 채우며 핵무기 보유·강화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최고인민회의가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것에 대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핵포기와 비핵화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면서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고 제국주의가 남아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 무리들의 반공화국 책동이 끝장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 강화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자는 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을 겨냥해 "백날, 천날, 십년, 백년을 제재를 가해보라 하라"면서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의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쁘면 지금 적들이 바빠났지 우리는 바쁠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우리는 얼마든지 지금의 이 환경 하에서도 우리의 힘으로, 우리 식대로 살아나갈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의 국방성과 국방공업은 조성된 국면을 군력강화의 더없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의 대북 억제력 강화와 미중 전략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생긴 동북아 안보정세의 균열을 활용해 핵·미사일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 핵무력의 전투적 신뢰성과 작전운용의 효과성을 높일수 있게 전술핵 운용 공간을 부단히 확장하고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더 높은 단계에서 실현하여 핵전투태세를 백방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핵심 시설과 주한·주일 미군기지 등을 사정권으로 하는 전술핵탄두와 발사수단을 다양하게 개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미 북한은 올들어 전술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둔 다양한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번에 내놓은 법령은 핵무기와 관련한 △임무·구성요소 △지휘통제 △핵사용 원칙·조건 △안전관리 △강화방안 등을 담고 있다. 해당 법령은 형식상 미국 행정부가 발간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비슷하다. NPR은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정책 방향과 구상, 운용 원칙 등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 내용이 담긴 문서다.

지난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북한은 이번 법령을 통해 핵무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법으로 명시했다. 핵무력 관련 명령·지휘 체계를 명확히 세우고 상시적 핵타격 능력을 과시하면서 '핵깡패'가 아니라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다. 법령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3항(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와 6항(핵무기의 사용조건)이다.

북한은 해당 법령 3항에 "핵무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면서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이 김 위원장에게 있음을 명시했다.

특히 3항에는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 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사시에는 일체의 정치적 고민없이 '자동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해당 법령 6항에서는 핵무기는 물론 대량살상무기(WMD) 등 재래식 무기에 의한 대규모 공격이 발생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핵무기를 쓸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작전상 필요가 제기되는 경우에도 핵무기를 쓸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마치 한국의 대북 핵·미사일 억제 구상인 한국형 3축체계의 첫 단계인 '킬 체인(kill chain)'처럼 확실한 대규모 공격 징후를 포착했을때 핵무기로 예상되는 도발·지휘 원점을 선제타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법령 속에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모호하게 규정해 상대에 대한 전략적 위협을 가중시키는 효과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헌법상 핵보유국임을 천명했던 선언적 법규범 체계를 넘어 실체적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변화이자 핵사용 문턱을 낮추는 시도"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자신들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경우 핵 대응공격을 한다는 규정을 천명한 점은 북한 핵무기의 실제적 목표가 주한미군과 남한 지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과 북한의 핵정책 법제화를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의 '미리보기'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10월 중국 당대회 이후 7차 핵실험을 단행해 (김 위원장의)연설 내용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비핵화 대화·협상의 문을 세차게 닫아버리면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도 첫발을 떼기 전부터 큰 암초에 부딪쳤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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