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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도배 비용도 안 된다"... 커지는 재난지원금 현실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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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난지원금, 침수 200만 원 불과
"냉장고는커녕 도뱃값도 안 돼" 불만
수재의연금도 500만 원 상한 규제
현장조사 필요 전파·반파 시간 더 걸려
한국일보

태풍 힌남노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에서 군인과 자원봉사자 등이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포항=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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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 비용만 350만 원이 넘는데 정부지원금 200만 원으로 피해 복구를 언제 끝낼 수 있을지 답답합니다.
경북 포항시 대송면 제내리 주민 김모(80)씨.


경북 포항시 대송면 제내리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져 5시간가량 마을이 물에 잠겼다. 1,200세대 2,100여 명이 거주하는 마을 80%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제내리 주민 100여 명은 추석 연휴에 이어 14일까지도 마을 복지회관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침수된 집을 다시 복구하는 일이다. 김씨는 "물이 방 안 허리까지 차오르는 바람에 TV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세탁기, 밥솥, 보일러, 에어컨 할 것 없이 모두 흙탕물에 못쓰게 됐다"며 "정부지원금만으로는 언제 복구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경북 포항과 경주를 할퀴고 간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복구에 필요한 비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시와 경주시가 태풍 피해로 침수된 가구에 재난관리법에 따라 200만 원 정도를 선지급하기로 했지만, 피해가 큰 지역일수록 복구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날 포항시 장기면 대곡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태풍 때 집이 성인 허리까지 물에 잠겨 창고가 유실되고 차량은 침수됐다"며 "고장난 가전제품은 제쳐두고 기본적으로 30평짜리 집 도배 비용만 200만 원 이상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항시 오천시장 등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도 정부지원금 없이 지자체를 통해 최대 200만 원의 구호금 정도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포항과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이를 통해 일반 피해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공과금 감면이나 납부유예, 사실상 무상교육인 고교 학자금 면제 등 당장의 복구와 거리가 먼 지원책뿐이다. 추후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집계한 뒤 주택의 경우 전파ㆍ유실은 1,600만 원, 반파 800만 원, 침수 200만 원, 소파(지진피해)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파·유실이나 반파의 경우 지자체의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

수재의연금도 제한적이다. 주택파손의 경우 가구당 전파 500만 원, 반파 250만 원, 침수는 100만 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당장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포항이나 경주의 피해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액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이재민은 "일단 침수된 집으로 돌아갈 정도의 비용만이라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우선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지원금을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피해주민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도 자체적으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집중호우ㆍ태풍 등 자연재난이 지속하는 상황인 만큼 피해지원에 대해 현실적인 지원 및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재난 지원 기준이 개선되도록 중앙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경북 포항시 냉천 범람으로 파손된 차량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3문 인근 도로변에 방치돼 있다. 포항=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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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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