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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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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막장도 넷플릭스 뒤집다…"52부작 한주만에 정주행"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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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종영한 KBS2 '신사와 아가씨'가 최근 넷플릭스에 서비스 되며 뒤늦은 해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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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부작 드라마를 일주일 만에 다 봤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만 자꾸 보게 된다’….

지난 3월 종영한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영어 제목인 ‘Young Lady and Gentleman’을 SNS에 검색하면 나오는 외국인 시청자들의 요즘 반응이다. 국내 안방극장에서 전파를 탄 지 5개월가량 지난 이 드라마가 최근 넷플릭스에 업로드되며 뜻밖의 해외에서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한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232개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신사와 아가씨’는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하는 ‘글로벌 톱10’ 비영어 드라마 순위에서 8월 넷째 주(22~28일) 8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같은 차트에 4주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9월 첫째 주(8월 29~9월 4일)와 둘째 주(5~11일)에는 4위, 셋째 주(12~18일)엔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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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비영어 드라마 9월 셋째주(12~18일) 순위에서 '신사와 아가씨'(Young Lady and Gentleman)가 1849만 시청시간으로 5위를 차지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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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 대세던 K드라마 열풍, 주말극으로 확대



이같은 ‘신사와 아가씨’의 글로벌 인기는 그간 넷플릭스에서 ‘킹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장르물이 K드라마 흥행의 선두에 섰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신사와 아가씨’는 중장년층 시청자가 많은 주말극 특성상 방영 당시 시청률은 높게 나왔지만(최고시청률 38.2%), 재벌 남자와 ‘캔디형’ 여자의 로맨스라는 철 지난 소재로 젊은 시청층의 환영을 받진 못했다. 특히 14살 연하의 가정교사 박단단(이세희)이 세 아이를 키우는 홀아비 이영국(지현우)과 사랑에 빠진다는 기본 플롯에 더해 출생의 비밀, 맥락 없는 기억상실증과 시한부 선고 등의 클리셰 요소로 후반부로 갈수록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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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 3월 27일까지 52부작으로 방영된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아내와 사별한 뒤 세 아이를 키우는 재벌그룹 회장 이영국(지현우)과 그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오는 14살 연하 박단단(이세희)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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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에서 박한 평가를 받은 드라마가 해외에서 통할 수 있었던 건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을 공유하는 문화권의 시각에서는 한국의 통속극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전 세계 OTT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2일 기준 ‘신사와 아가씨’가 5위권 이내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는 쿠웨이트·오만·카타르(이상 1위)와 같은 중동 국가와 인도네시아·몰디브(이상 2위), 말레이시아·필리핀(이상 4위)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 나라들이 주를 이룬다. 페루·니카라과·엘살바도르와 같은 중남미 국가와 나이지리아·케냐·남아프리아공화국 등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에서도 10위권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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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동안(22일 기준) '신사와 아가씨'가 넷플릭스 10위권 안에 오른 국가들이 색깔별(색상이 진할수록 높은 순위)로 표시돼있다. 주로 중남미, 중동,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사진 플릭스패트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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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불치병, 출생의 비밀 등이 나오는 막장 드라마에 로맨스가 가미된 형태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잘 만들어왔던 장르”라며 “사회적으로 여전히 혈연관계를 중시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갈등이 존재하는 나라들에서는 한국의 ‘로맨스 막장’ 형식이 흔한 이야기를 아주 세련되고, 흡입력 있게 만든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도 “한류에 대한 선호도를 대륙별로 분석해보면 우리와 문화적으로 좀 더 가까운 아시아 지역 등은 가족 서사에 대한 공감도가 높다”며 “그 지역 드라마들 자체가 우리의 일일극이나 주말극과 비슷한 소재와 구성을 띄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여러 주말극 중에서도 특히 ‘신사와 아가씨’가 인기를 얻은 데에는 글로벌 최대 OTT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 평론가는 “전반적으로 K드라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편성하는 드라마라면 그 밖의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보다 큰 주목을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 ‘신사와 아가씨’가 아닌 다른 어떤 유사한 드라마였어도 넷플릭스에 올라갔다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올해 오리지널 작품으로 ‘블랙의 신부’와 같은 치정극을 선보이기도 한 넷플릭스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다양한 작품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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