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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너무 더워 여름잠 자던 모기 깼다"…가을모기 늘어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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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머니투데이

작은빨간집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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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토요일 밤 잠을 청하다 "왱~"하는 소리에 불을 켜고 모기 한 마리를 잡았다. 그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A씨가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잡은 모기가 20여 마리였다. 하루종일 창문도 열어두지 않았다. 무더웠던 지난 8월 한 달간 방에서 잡은 모기 수가 모두 다섯마리를 넘지 않았는데, 찬바람 부는 9월 말에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다.

가을모기의 반격이 심상치 않다. 통상 모기 수는 한 여름에 정점을 찍는데 올해는 유독 9월에 기승을 부린다. '처서(올해 8월 23일)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올해는 예외인 셈이다. 특히 가을모기의 대다수는 일본뇌염을 옮길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여서 이 같은 '9월 정점'이 더욱 반갑지 않다. 올해 9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디지털모기측정기(DMS)를 통해 채집된 모기 수는 올해 8월 5만5677마리로, 지난해 보다 35.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디지털모기측정기가 도입된 2015년 이후 8월 모기 채집량으로 최저치였다.

이처럼 8월 모기 수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기저효과'로 9월 모기 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 처럼 체감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에서 이달 1~3일 채집된 모기는 하루평균 2379마리로 8월 하루 평균인 1796마리는 물론 7월의 1902마리도 넘었다. 게다가 이처럼 8월보다 늘어난 모기가 가을 들어 기온이 낮은 아침과 밤에 따뜻한 실내 공간으로 모여들어 체감상 개체수가 훨씬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셈이다.

통상 7~8월 모기 수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9월에도 모기수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서울시 기준, 9월 채집된 모기 수는 2018년 6만7379마리, 2019년 8만3274마리, 2020년 9만5170마리, 2021년 9만542마리로 매년 대체적으로 늘었다.

통상 모기는 더울수록 개체수가 늘어나고 활동이 왕성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모기는 평균 기온이 오를수록 번식이 활발해지지만 32도가 넘으면 오히려 개체 수가 감소한다. 모기의 적정 활동 온도가 27도이기 때문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의의 활동성이 낮아지고 수명이 짧아지며 심지어 지하실 등에서 '여름잠'을 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위에 지친 모기가 가을로 활동 시기를 옮기는 추세이며, 이 때문에 올해 8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9월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일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가을철 모기는 주로 몸길이 4.5mm 정도인 '작은빨간집모기'인데 일본 뇌염을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려 일본뇌염에 감염되면 5~15일 이내 발열 및 두통 등이 나타난다. 감염자 250명 중 1명은 고열, 발작, 목 경직, 경련, 마비 등 치명적인 급성뇌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20~30%는 사망할 수 있다. 회복돼도 환자의 30~50%는 인지장애, 마비,운동장애, 언어장애, 발작, 정신장애 등 합병증을 보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예방수칙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야외 활동 시 밝은 색의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옷을 입어 피부노출을 최소화하고, 모기가 흡혈하지 못하게 품이 넓은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노출된 피부나 옷, 신발 상단, 양말 등에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야외 활동 시 모기를 유인할 수 있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가정 내에서는 방충망을 정비하고, 캠핑 등으로 야외 취침 시에도 텐트 안에 모기 기피제가 처리된 모기장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매개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될 수 있는 집주변의 웅덩이, 막힌 배수로 등에 고인 물을 없애서 모기가 서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뇌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2009년 1월1일 이후 출생한 아동의 경우 표준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접종하면 된다. 일본뇌염 매개모기 출현 위험지역에 거주하거나 유행국가로 여행계획이 있는 사람 중 접종력이 없는 고위험군 성인도 접종이 권장된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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