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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400조원 투입한 ‘일대일로 사업’ 구조조정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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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국제질서 바꾸겠다는 시진핑 비전의 한계 노출”

조선일보

지난 2일 중국이 제작한 고속열차 차량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탄중프리오크 항구에서 하역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 하나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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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다음 달 시진핑 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 결정을 계기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1조달러(약 1400조원)를 투입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정비에 나선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 시각) 중국의 지원을 받은 국가들이 차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중국 경제의 앞날도 불확실해지자 중국 공산당이 일대일로 사업을 내실화하기 위한 전면적인 검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belt and road) 사업은 중국이 외국에 철도, 도로, 항만, 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 주고 해당 국가와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다. ‘육·해상 실크로드’로 불린다. 2013년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순방 때 처음 주장했다. 투자, 무역을 통해 대외 영향력 확대를 원한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한 149국과 일대일로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중국 금융 기관,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려는 국영 건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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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개통한 중국·라오스 철도를 운행하는 란창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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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카롯 수력발전소,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만, 중국·라오스 철도 등 중국 주변국은 물론 유럽에서 친중(親中) 국가로 꼽히는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사업 등이 중국의 대표적인 일대일로 사업으로 꼽힌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상대국의 행복과 발전을 원하는 중국”의 외교 성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를 받은 일부 저개발 국가들이 내정 문제로 혼란에 빠지고 빚을 갚지 못하면서 일대일로 사업은 차질을 빚었다. 4억달러(약 5700억원)가 투입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만 사업은 운영 손실로 중국 채무를 갚지 못해 99년간의 항만 운영권을 중국 업체에 넘겼다. 스리랑카는 올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하며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에 빠졌다. 경제학자인 세바스찬 혼, 카르멘 라인하트 등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차관 가운데 60%를 금융 위기 상황에 놓인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010년의 5%와 비교할 때 가파른 급등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일대일로를 ‘중국 부채의 함정’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시진핑 1기 때처럼 퍼주기식 사업은 이제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완저 베이징사범대 일대일로학원 연구원은 최근 중국 외교부 산하 잡지 ‘세계지식’에 기고한 글에서 일대일로 사업이 진영 대립, 세계 경제 불안, 미중 경쟁, 수여국의 내정 혼란, 채무 불이행 등 5대 위험에 놓여 있다며 투자 다각화와 위험 분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시 주석이 한때 세기의 사업이라고 했던 일대일로 사업의 재정비는 국제 질서를 바꾸겠다는 그의 비전에 한계를 노출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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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이런 문제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고품질 일대일로’를 강조하며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경기장, 박람회장 등 ‘체면용 사업’ 대신 철도 등 실질적인 수익이 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국영 투자 기관 역시 저개발 국가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다. 한 외국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사업들이 늘어나면서 2~3년 전부터 중국 건설사들이 외국 업체에 공동 투자를 요청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미 조지메이슨대 메르카투스 센터 쭝웨이펑 연구원은 “일대일로는 시진핑 입장에선 포기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사업이고 동시에 바꾸지 않고 계속하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인 프로젝트”라고 했다.

미국, 유럽연합 등이 잇달아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국제 투자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중국이 당장 일대일로 사업을 전면 축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연설에서 “각국의 발전 전략, 지역 협력 사업들을 연계해 일대일로 사업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재정비는 한국 건설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 한국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 지원 아래서 수익이 보장되는 일대일로 사업을 해온 중국 건설업체들이 일감이 줄어들면서 해외 건설 시장을 놓고 한국 기업과 수주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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